대규모 다중이용시설과 11층 이상 건물 등에만 적용하고 있는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을 음식점 숙박업 등 다중이용업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안전과 배상책임 등을 위해 의무가입이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보험 의무가입 대상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 사격장 사고…의무가입 확대 추진


대형 상업판매시설이나 대규모 점포,대형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현행법에 따라 화재보험과 대인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11층 이상 건물과 대형 공연장 등도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다중이용시설은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난해 손보사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과 판매업,숙박업,기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49.4%가 건물 화재보험에조차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시 불특정 다수 피해자의 피해보상이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최근 발생한 부산사격장 사고의 경우 배상책임보험 의무대상이 아니어서 업주가 화재보험에 들었으나 대인 및 대물배상책임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화재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격장 업주가 일본 관광객 등에 대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능력이 없을 때는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이 지난 25일 사격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화재피해에 대한 법적 보상을 강화하는 '화재보상과 보험가입법'(화보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개정안은 화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는 특수건물에 모든 다중이용시설과 청소년시설,운수시설 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손보업계 새로운 성장동력 될듯

지난 20년간 손보시장의 성장은 화재보험과 해상보험 등 일반 보험보다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상해 · 질병보험 등 장기손해보험 위주로 이뤄졌다. 화재보험이 의무가입 대상 위주로만 가입이 이뤄져 성장이 정체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손보사 매출 가운데 장기보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자동차보험까지 합칠 경우 80%에 육박한다. 일반보험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시장과 크게 대조된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으로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확대된다면 큰 호재다. 양두석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화보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일반보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이다. 음식점 헤어숍 등을 기준으로 건물 배상한도 1억원,대인 배상한도 3000만원 정도의 보험에 가입할 경우 월 3만~4만원,연간으로 하면 40만여원을 내야 한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씨랜드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났을 때 국회에서 화보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 같은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로 인해 입법이 좌절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