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회의는 단순한 '말 잔치(talk shop)'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먹구름이 진하게 끼어 있던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기상도'에 한줄기 햇살이 비치고 있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다음 달 7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직접 참석키로 한 데 이어 개발도상국 모임인 77그룹(G77)을 주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인도도'동등한 책임'을 전제로 온난화 방지 목표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원론에서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각론에서는 입장 차이가 커 코펜하겐에서 포스트 교토 체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합의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D-7…기후변화 이슈는 '지상의 칼날'

2013년 이후의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문제는 환경 전문가들 사이의 손에 잡히지 않는 '천상의 논쟁거리'가 아닌 일상생활을 위협할 수 있는 '지상의 칼날'이 되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아산화질소의 대기 중 평균 농도가 지난해 산업화가 시작된 18세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환경선진국인 일본마저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이 총 12억8600만t으로 1990년 대비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감축 노력이 결코 쉽지 않음을 나타냈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이 지구촌의 시급한 과제가 되면서 코펜하겐 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2012년까지 5.2% 감축(1990년 대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 중 정상,코펜하겐으로…커지는 기대감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코펜하겐 회의는 별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미국과 중국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합의 도출에 상당한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에 가기 앞서 9일 코펜하겐에 들러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5년 기준으로 향후 10년간 온실가스를 17%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83% 줄이는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기로 결정한 중국도 원자바오 총리가 코펜하겐에서 직접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53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 국가 정상들은 28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정상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코펜하겐 회의에서 포괄적인 기후변화 대응 협약을 지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상들은 또 개발도상국의 온난화 대처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까지 매년 100억달러씩 기금을 조성하자는 영국과 프랑스의 제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기금 조성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코펜하겐에서 성공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식 협약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

일부 긍정적 기류가 감지되는 건 사실이지만 각국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10~30%대 감축 목표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선진국들이 최소 40%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시를 환영하면서도 감축 기준이 'GDP 단위'가 아닌 '배출총량'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GDP 단위 기준의 경우 절대적인 배출량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G77은 선진국들이 GDP의 0.5~1%를 개도국의 환경보호와 친환경산업 기술 지원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기후변화 고문인 야노스 파스토는 "이번 총회에선 높은 수준의 정치적 합의를 이루고 내년에 정식 협약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열/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