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비상장 업체들이 장외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두산엔진,SK건설 등 그룹 계열사들과 녹색성장 관련 중소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SK C&C 등이 상장 이후 계속 호조를 보이는 데다 장외 대장주인 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 상장을 호재로 초강세를 보이면서 장외 우량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엔진은 비상장사로는 이례적으로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886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한다. 지난 9월 보통주 70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2975억원)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 208만주를 일반공모하는 것이다. 주당 발행가격은 4만2500원으로,다음 달 15~16일에 청약을 받는다.

통상 비상장사 주식은 기업공개(IPO)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환금성이 떨어져 일반 공모증자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두산엔진은 2011년 상장 예정인 데다 발행가격도 매력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이성희 사장은 "2011년까지는 매년 1조9000억원이 넘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번 증자의 주당 발행가격도 한국신용평가정보가 분석한 7만4700원보다 43%나 낮아 투자자들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3분기까지 2826억원 순손실을 초래한 대규모 파생상품 및 밥캣 지분법 손실에 대해선 "파생상품의 경우 과거에 차액결제로 발생했던 손실이 일단락되고 향후 현금으로 회수될 예정"이라며 "밥캣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지분법 손실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투자가와 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비상장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장외 건설사인 SK건설은 삼성생명과 금호종금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도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녹색성장 장외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태양광 발전용 웨이퍼를 제조하는 비상장사 넥솔론은 미래에셋증권PEF(사모투자펀드)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증자를 지난주 완료했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이수영 회장의 아들인 이우현씨와 이우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이 회사는 앞서 지난 9월엔 한국투자증권과 한국개발금융을 대상으로 한 증자로 257억원을 조달했다.

전기자동차(HEV)용 리튬이온 2차전지를 생산하기 위해 삼성과 보쉬가 지난해 합작한 에스비리모티브도 이번 주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증자를 완료할 예정이다.

앞서 롯데그룹의 롯데건설은 지난주 산토리노유한회사 등을 대상으로 30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마무리지었고,같은 계열인 롯데자산개발도 36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를 마쳤다.

이처럼 비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것은 SK C&C 등 새내기주들의 강세에 이어 삼성생명의 장외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85만원을 웃돌면서 장외 블루칩에 대한 기관과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 비상장사가 일반공모 또는 3자배정 방식으로 증자를 추진한다는 것은 앞으로 2~3년 안에 상장이 가시화될 것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내년엔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초대형 IPO가 예정돼 있어 장외시장과 기업공개시장에 훈풍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