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의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액의 58%로 동남아,중동 지역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피부 레이저 기기분야에서 세계 15위권인 위상을 내년에는 10대 기업으로 끌어 올리겠습니다. "

국내 유일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레이저 피부미용 치료기를 생산하는 황해령 루트로닉 사장(52)은 29일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루메니스 사이노슈어 같은 대부분의 외국 주요 레이저기기 업체들은 올 들어 매출이 30~50% 감소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30% 늘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다같이 겪는 불황이지만 독특한 제품력과 고객을 섬기는 마케팅으로 의사들의 수요를 불러 일으킨 게 지속 성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루트로닉은 GE 필립스 도시바 같은 거대 다국적 의료기 업체가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대형 고가 진단 장비에 주력하는 사이 틈새인 레이저 치료기기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전 세계 레이저 피부미용 치료기기 시장은 10억달러 수준.

루트로닉은 파장과 에너지전달장치,전자제어방식 등 차별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능의 새로운 레이저 기기를 개발했다. '아큐스컬프'는 1444㎚ 파장의 레이저를 지름 0.6㎜의 바늘을 통해 쏘아 피부층 2㎜ 아래에 있는 지방층을 녹이는 동시에 연조직을 수축시킨다. 늘어진 볼살을 오그라뜨려 탱탱한 동안(童顔)을 만드는 효과를 낸다. 사각턱,복부비만,처진 엉덩이,남성의 여성형 유방증 등에도 폭넓게 쓰인다. 이 때문에 예뻐지고 싶지만 성형수술을 기피하는 사람들의 미용의료 수요가 아큐스컬프에 몰리고 있다. 'eCO₂'기기는 지름 0.1㎜ 스폿의 레이저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연속 발사해 화상,여드름,수술 등에 의한 흉터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피부과 성형외과 등 진료공간이 좁은 병원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부피가 큰 레이저 기기를 의자 크기 정도로 콤팩트하고 이동이 쉽게 만드는 것도 루트로닉만의 노하우다. 이 회사가 획득한 국내 특허는 32개.최근엔 eCO₂기기 관련 에너지전달기술이 미국 특허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 전자공학 · 경영학과를 졸업한 황 사장은 1988년 이후 22년 가까이 레이저 의료기기 분야 한 우물만 파왔다. 미국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며 개발 노하우를 체득한 후 한동안 국내 레이저 회사의 기술자문을 맡기도 했다. 1997년 혼자 사업해도 성공하겠다는 자신감을 얻어 루트로닉을 창업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 회사는 직원의 약 25%가 기술인력이며 연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미국 최상급 현지 영업인력 30명을 스카우트하는 등 마케팅도 강화했다. 황 사장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은 경쟁업체와 비슷하지만 국내보다 약 2배 비싸다"며 "잘나가는 영업맨들이 우리회사로 옮긴 것은 그만큼 제품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피부과 절반가량이 루트로닉 제품을 하나 이상 보유할 정도로 평판이 좋다. 일본 의사들도 수술할 때 편리하고 치료효과에 대한 환자만족도가 높아 동료의사에게 구매를 권유할 정도라고 황 사장은 전했다. 이 같은 성과로 루트로닉은 올해 예상 매출액 375억원 가운데 약 45%인 170억원을 수출로 벌어들였다.

한편 루트로닉은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히든 챔피언' 육성 대상 기업에 선정됐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