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컵라면, 年5억개 '국민간식'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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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삼양 컵라면이 시초
미니컵·국수·스파게팅 등 미니부터 대용량까지 100여종
미니컵·국수·스파게팅 등 미니부터 대용량까지 100여종
'삼양컵라면'(1972년)에서 국물 없는 '치즈볶이'(2009년)까지,65g짜리 '왕뚜껑 미니'에서 125g짜리 '배터질라면'까지….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컵라면이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내용물,용기,용량이 다양화하면서 컵라면 종류만도 100여종에 달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컵라면 성수기를 맞아 업체들은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시장쟁탈전도 치열하다.
◆연간 4000억원 시장
1971년 일본 닛신식품이 최초의 컵라면인 '컵누들'을 발명한 이듬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삼양식품 '삼양컵라면'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생소한 모양에 가격(100원)이 당시 봉지면보다 네 배 이상 비쌌기 때문.
컵라면이 본격 대중화한 것은 1980년대다. 대형 소매점에 컵라면이 진열되고 온수기가 널리 보급된 가운데 롤러스케이트장,눈썰매장 등에서 큰 인기를 끈 덕이다. 1990년대엔 PC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컵라면도 날개를 달아 연간 4000억원(5억개) 시장으로 커졌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컵라면 비중이 30%로 일본(50%)에 비해 낮은 데다 각종 레저 수요가 커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고의 편리성과 다양성
컵라면의 인기요인은 취사도구 없이도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편리성에 있다. 용기는 초기 바닥이 좁은 컵이나 사발 형태에서 도시락,냄비 모양 등으로 진화했다. 농심 '사발면'이 컵라면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1984년 한국야쿠르트가 사각형 도시락 모양의 '도시락'을 내놓은 것이 용기 다양화의 기폭제가 됐다. 바닥이 넓어 국물을 쏟을 염려가 없고 기성세대의 도시락 향수를 자극했다. '도시락면'은 1991년부터 러시아에 수출돼 지난해 1600억원어치가 팔리며 현지 컵라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선보인 한국야쿠르트 '왕뚜껑',삼양식품 '큰냄비'는 넓적한 냄비 모양이다.
한동안 '큰사발'처럼 100g 이상이던 컵라면 용량은 1990년대 말 다이어트 붐에다 식사보다는 '간식'으로 소비되면서 3분의 2 수준(65g)인 미니컵으로 작아졌다. 농심 '신라면컵',오뚜기 '진라면컵',한국야쿠르트 '왕뚜껑미니' 등의 미니컵 열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컵라면 매출에서 소(小)컵면 비중이 2000년 11.6%에서 지난해 30.5%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의 효자상품
소비자 기호에 맞춰 컵라면의 종류도 자장면,비빔면,짬뽕,국수 등으로 다양해졌다. 1990년대 농심 '짜파게티 큰사발면'을 시작으로 오뚜기 '라면볶이'와 '스파게티',삼양식품'라볶이먹는날' 등이 나왔다. 최근에는 웰빙과 다이어트 트렌드에 맞춰 칼로리를 낮춘 오뚜기 '컵누들',농심 '녹두국수 봄비',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한 '건면 김치' 등이 여성들에게 인기다. PC방 자판기에서 조리버튼만 누르면 되는 오뚜기 '뽀글면'과 같은 이색상품도 있다.
컵라면의 최대 소비처는 단연 편의점이다. 컵라면이 전체 라면 매출의 80%에 달하는 편의점들은 식품업체 못지 않게 자체상표(PB)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2006년 유명 음식점들과 제휴를 맺고 '오다리'(훼미리마트),'틈새라면''공화춘'(이상 GS25)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달엔 훼미리마트와 GS25가 강호동을 모델로 세운 '강호동 화통라면'을 출시했고,최근 훼미리마트는 기존 '큰사발'보다 15%가량 많은 국내 최대 용량의 '배터질라면'을 선보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