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자국 내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첨탑(미나레트) 건설을 금지하는 문제로 29일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찬성표가 과반수일 경우 스위스 헌법에 이슬람 첨탑 건설 금지 조항이 새로 추가되고 엄청난 외교적 파장이 초래될 전망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스위스 내 독일어권 지역에서 첨탑 건설 허가 신청이 잇따라 지방정부에 접수되자 이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대대적인 서명운동에 나선 데 따라 치러졌다. 첨탑 건설 금지를 놓고 극우파 기독당뿐만 아니라 우파 국민당도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당은 첨탑 건설 반대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급기야 지난해 7월 11만5000명이 서명한 첨탑 건설 금지 청원을 의회에 제출했다. 스위스에서는 18개월 내에 10만명 이상의 유권자 서명을 모아 국민발안을 제출하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에벨리네 비드머 슐룸프 스위스 법무장관이 "첨탑 건설 금지는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종교 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스위스 연방정부와 의회 다수는 유권자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첨탑 건설 금지에 반대했다.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는 이슬람 신자는 45만명으로 스위스 전체 인구의 6%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1990년대 초 보스니아 내전을 피해 입국한 사람들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