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끝난 CM(컨센서스 미팅)의 결론은 '공격적인 미래준비'였다"며 "신사업 발굴과 시설 · R&D(연구 · 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CM은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한 회의로 매년 6월과 11월 두 번씩 열린다. LG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사업본부장이 회의에 참석한다. 올해 11월 CM은 지난 2일부터 27일까지 4주간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LG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핵심사업인 LCD(액정표시장치),LED(발광다이오드),전기자동차용 2차전지,4세대 이동통신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업 발굴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내년은 축적된 역량이 폭발하는 시기"

삼성그룹의 경영기조도 '공격'이다. 삼성은 최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시장 평균성장률을 넘어서는 성장'을 내년 목표로 내세웠다.

한 삼성 계열사 CEO는 "내년 세계경제가 5%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세웠다"며 "환율 하락으로 인한 '역(逆)샌드위치 효과'로 굳힌 승기를 이어가려면 적극적인 자세로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국민소득 2만달러만 10년째"라며 "축적된 역량이 폭발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내년 글로벌 6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춘 뒤,올해(467만대 예상)보다 15% 이상 많은 530여만대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4월 브라질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작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착공을 미룬 지 1년 반 만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제3공장 건설에도 나설 예정이다. 사상 첫 중형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이고 초대형 세단인 에쿠스를 미국에 수출하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중 로체 스포티지 등 인기 차종의 후속 모델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올해보다 10~20% 이상 판매를 늘린다는 목표다.

덩치 키우고 시설 · R&D 투자도 확대

SK그룹은 내년 경영방침의 큰 틀을 '생존'에서 '성장'으로 전환했다. SK그룹 경영진들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그룹 사업구조를 '기술선도 형'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R&D 분야에 5조7000억원을 투자,신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액션 플랜'도 내놓았다. SK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경영전략을 세우는 시나리오 경영체제를 유지하며 국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주요 대기업 중 내년에 가장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설비투자 예산으로 4조5000억~4조6000억원을 준비 중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내년 초부터 본격 진행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내년 공격경영을 위해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인원을 500명에서 700명으로 늘렸다. 불황기에 우수한 인재를 먼저 확보하는 차원에서 하반기 채용인원을 기존 계획보다 40%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체코 터빈업체인 스코다 파워 인수에 이은 추가 대형 M&A도 준비 중이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심 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언제든 인수에 나설 준비는 돼 있다"며 "2020년까지 미국 포천지 선정 200대 기업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형석/조재길/이정호/장창민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