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진정됐지만 '꼬리 위험' 여전
두바이발 쇼크에 세계의 눈이 쏠린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7개 토후국(에미리트)의 맏형격인 아부다비가 "두바이를 사안별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주말 유럽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두바이 쇼크가 신흥시장 전반의 충격으로 번지는 '꼬리 위험(tail risk)'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두바이 전 채무를 인수하진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28일 익명을 요구한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아부다비가 두바이를 사안별로 선택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아부다비 관계자는 "두바이가 내건 (구조조정) 약속들을 검토한 뒤 사안별로 접근해 언제 어디서 두바이의 기업들을 도울 것인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두바이의 모든 채무를 아부다비가 인수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아부다비가 선택적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벗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선 UAE의 부유한 '맏형'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에 포괄적인 금융지원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있었다.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아부다비는 중앙은행과 민간 은행을 통한 간접지원 형태로 두바이에 150억달러를 긴급 수혈했었다.

한편 UAE 중앙은행은 "두바이에서 영업 중인 지역은행과 외국은행들이 자금난에 봉착한 경우,저리로 자금을 융자해 주는 사실상의 '지급보증'을 할 것"이라며 두바이 쇼크 확산방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시장은 일단 진정

급락세를 보였던 글로벌 증시는 진정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유럽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가 반등,주요국 주가가 1% 안팎 오른 상태로 마감했다. 역시 급락세로 출발했던 미국 증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줄여 소폭(-1.48%) 하락에 그쳤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증시에도 큰 영향이 없었다. 원자재 시장도 이날 장 초반 급락했으나 차츰 하락폭을 줄였다. 국제유가는 7% 떨어졌다가 2.6% 하락한 배럴당 76.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급락했던 국내 증시도 차츰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실제 지수 1500선이 무너지면 들어오려는 대기 매수세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리먼 파산 사태가 초기엔 큰 영향이 없다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글로벌 위기로 확산됐듯이 이번 두바이 사태도 신흥국 전반의 충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를 인용,"두바이 사태가 '꼬리 위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꼬리 위험'이란 커다란 사건이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고 연쇄적으로 자산가치에 영향을 주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BOA는 특히 "두바이 쇼크가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와 1990년대 말 러시아에서 각각 시작된 것과 같은 신흥시장 전반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두바이의 부도는 신흥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이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세계경제 회복을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