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태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면서 지난주 이틀간 9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국내 증시에서 반발 매수세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외국인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두바이 리스크에 과민 반응했던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잡으려는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두바이 사태가 2차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주 후반 국내 증시 반응이 지나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코스피지수가 1500선 근처에서 지지선을 확인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외국인 매매 동향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지난 주말 증시 하락 과도 지적 많아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 등 아시아 은행들의 두바이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가 작다는 점을 들어 두바이 쇼크의 아시아 확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유럽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는 "아시아 국가들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대차대조표 등의 리스크관리를 엄격하게 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아시아는 안전지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릴린치는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다른 자회사들이 이자와 원금 상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등이 사태 확산을 막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도 "이번 사태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라 지난 주말 국내 증시의 하락폭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두바이 부채 규모가 800억달러 정도이고 유럽 은행의 두바이 관련 채권보유액도 최대 400억달러로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우리 증시가 이틀간 90포인트나 밀린 건 시장이 과민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외국인의 경우 지난 27일 순매도 규모가 2100억원 수준에 그치고 26일엔 745억원 사들인 걸 보면 시장이 지나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피지수 1500선 지지 기대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1500선에서 지지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지수 급락으로 국내 증시의 주가 매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원인이다.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오 파트장은 "일시적으로 1500선 아래로 밀릴 순 있지만 이 수준에서 단기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기관은 시장이 급락한 지난주 2000억원가량의 사모펀드를 설정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적인 증권정보업체인 톰슨IBES에 따르면 국가별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정도를 점수화한 한국의 어닝 점수는 이머징마켓에서 대만에 이어 두 번째,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밸류에이션 점수에선 러시아 터키 헝가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 점수는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이머징마켓에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는 한 이런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팔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추가로 돌발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그동안 글로벌 증시와의 수익률 부진을 좁히는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두바이 사태가 재차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1440~1450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태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2006년 이후 한국 증시의 PER 저점인 9배와 주가순자산비율(PBR) 저점인 1.3배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각각 1454와 1440 정도"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지수대는 의미있는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도 "200일선이 위치한 1450은 기술적분석상 3월 이후 상승폭(730포인트)을 고점(1723)에서 38.2%(280포인트) 되돌림하는 지수대인 데다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횡보하며 거래가 집중된 구간이어서 강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환/장경영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