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재를 시간 단위로 관리하는 TV공장','진료 차트가 없는 병원','인터넷으로 농민을 교육하는 지자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09 대한민국 IT 이노베이션 대상' 수상기업들이 일군 성과다.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IT 이노베이션 대상 시상식'은 IT가 제조 · 유통 · 금융 등 다방면에 걸쳐경영효율 제고와 비용절감을 달성하는 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이 상은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경제신문 등이 공동 주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정부의 중점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춰 기존의 비즈니스IT 분야뿐 아니라 그린IT 분야도 시상 대상에 포함됐다. 비즈니스IT 분야는 IT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업 내 또는 기업 간 인력 · 비용 · 시간 절감과 신기술 개발 등에 기여한 기업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그린IT 분야에선 IT를 업무와 공정에 다양하게 접목시켜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한 기업들이 뽑혔다. 시상식에선 각 분야에 걸쳐 총 26개 기업과 공공기관,유공자 18명이 IT산업 발전 및 IT 보급 · 활용에 기여한 공로로 포상을 받았다.

◆전자태그 도입으로 재고 관리 혁명

올해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은 LG전자와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GM대우는 전자태그(RFID)를 활용해 물류 및 재고 관리에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LG전자는 지경부가 추진하는 전자태그 분야 IT 혁신네트워크 사업자에 선정돼 TV사업 부문에서 전자태그 시스템을 통한 공급망관리(SCM)를 고도화했다. 지난해부터 경북 구미의 TV 공장에 전자태그 시스템을 구축해 단순한 수량관리 수준의 재고관리 업무부터 제품의 검수와 생산 이력정보관리까지 전면적으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제품의 품질까지 고려한 물류관리로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회사는 모든 자재와 제품에 포장단위로 전자태그를 붙이고 협력업체,생산라인,물류창고 등 주요 거점에 리더기를 설치해 물류의 실시간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 시스템은 LG전자와 협력업체의 상생협력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주문 · 생산계획도 실시간으로 협력회사들과 온라인 상에서 협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고,적정 재고 유지 및 주문관리의 효율성이 향상됐다. 전자태그 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었고,물류창고를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고객에게 바로 제품을 배송하는 직출하율을 75%에서 96%로 높였다.

GM대우는 체시스,남선알미늄,엠지에스,선엔지니어링 등 8개 주요 협력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자태그 시스템을 물류 관리 시스템에 적용했다. 이로 인해 모듈 부품 공급망을 자동화하는 등 부품 조달 및 생산물량 관리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켰다. GM대우는 전자태그 시스템을 해외 사업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농촌과 병원을 바꾼 IT

서울대학교병원은 IT를 활용해 의료정보 혁신을 주도한 공로로 지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2004년부터 첨단 디지털 병원을 구축해왔다. 결재서류,진료 차트,처방 전표,방사선 필름 등이 없는 이른바 '4무(無)' 환경을 만들었다. 외래 진료실,병동,응급실 등 병원 어디서든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구축,지난 6월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정보보호관리 국제표준인증(ISO27001)을 획득하기도 했다.

경북 달성군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케이스다. '달성넷'(dalseong.net)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관내 농민들의 교육에 인터넷방송을 활용하고 있고 농산물 판매를 위해 인터넷쇼핑몰도 구축했다. 2000년 개통 이듬해 9개 작목반의 매출이 210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농업신기술교육도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농업방송 사이트를 통해 농민들이 가정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 덕분에 농산물 생산량은 2006년 3만8888t에서 작년에는 4만1122t으로 늘었다. 농업방송으로는 65개 작목에 대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박성찬 다날 사장,철탑산업훈장 수상


유공자 표창부문에서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던 박성찬 다날 사장이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0년에 첫 등장한 휴대폰결제 서비스는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선보인 휴대폰결제 서비스는 휴대폰과 주민등록번호로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지불결제 서비스로 2001년 850억원이던 휴대폰결제 시장은 올해 1조8000억원 규모로 21배 이상 성장했다. 이 회사는 중국과 대만에서도 휴대폰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