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타이어'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안전운행의 핵심 중 하나인 타이어를 재생해 쓴다는 자체가 탐탁치 않고, 일부 저급 재생타이어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들을 간간이 접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브리지스톤타이어가 재생타이어 공장을 공개한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힐 수 밖에 없다. 브리지스톤은 2007년 미국의 재생타이어 업체 밴닥(Bandag)을 인수하며 재생타이어 생산을 본격 개시한 바 있다.

지난 27일 경기도 포천시에 소재한 이 회사 서원타이어공장을 찾아 '재생 과정'을 일일이 챙겨보며 그 '자신감'의 근거를 짚어봤다.

이 공장에서는 소수의 근로자들이 하루 평균 40여개 가량의 재생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타이어 유지 보수 기술력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새 제품의 경우 한 개에 20만~30만원 가량인 트럭, 중장비용 대형타이어를 재생하고 있다. 승용차용 타이어는 채산성 차원에서 현재 생산하지 않고 있다.

버려진 타이어가 새 타이어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창고에 쌓여있던 낡고 먼지 쌓인 타이어들은 재생 공정을 거쳐 가며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간다.

입고된 폐타이어들은 우선 면밀한 검수과정을 거쳐 등급과 재생 여부를 평가받는다. 타이어에 구멍이 있는 지 여부를 알기 위해 검수기에 걸고 고압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구멍이 있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검수 담당자는 특수조명을 비춰 육안으로 별다른 외상이 없는 지를 살핀다. 타이어가 노면에 닿는 부분(트레드)을 제외한 ‘원단’에 이상이 없으면 합격이다. 보통 트레드가 80~90% 이상 마모된 폐타이어들이 주로 입고된다.

다음은 트레드를 거칠게 깎아내는 과정이다. 정교한 칼날과 레이저를 이용해 표면에 촘촘하게 흠집을 낸다. 새 트레드를 접착하는 과정에서 접착제가 견고히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깎아낸 후에도 남아있는 홈들은 마치 용접을 하듯 불꽃이 튀는 드릴로 다듬은 후 '검'이라 불리는 충전재로 채운다.

이제 새 트레드를 접착할 준비가 끝났다. 트레드의 마모도가 타이어의 수명을 나타내므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인 셈이다. 고강도 접착제를 바른 후 기계에 타이어를 건다. 걸이쇠의 중심축이 빠르게 회전하며 타이어는 새 옷을 입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높은 열을 가해 새 트레드와 헌 타이어를 '한 몸'으로 만드는 과정이 남아있다. 우선 타이어를 1시간 가량 상온에서 숙성시킨 후 얇은 고무옷을 입힌다. 생선을 구울 때 호일을 씌워 열전도율을 높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다음은 공장 근로자들이 '찜통'이라 부르는 가마 속으로 집어넣는다. 접착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한 번에 최대 22개가 들어가는 가마를 작동시키고 5시간 정도가 흐르면 타이어가 완전히 '익어서' 나온다. 씌웠던 고무옷을 벗겨내고 하루 정도 식혀두면 재생타이어의 완성이다.

친환경 기여 차원에서 공정 중 발생하는 고무 찌꺼기는 버리지 않고 육상 트랙이나 작은 고무부품들을 제작하는데 쓰인다.

재생타이어는 국내보다는 해외 수출량이 더 많지만, 가끔 소문을 듣고 폐타이어를 들고 오는 트럭 운전기사들도 있으며 이 경우 흔쾌히 응해준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주행가능거리는 오히려 새 타이어를 앞지르는 수준"이라며 "시속 280km로 재생타이어 주행테스트를 거쳐도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미국에서는 재생타이어를 사용한 드리프트(고속주행 중 타이어를 갑자기 미끄러뜨려 코너를 공략하는 운전기술) 대회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타이어 생산으로 인해 새 타이어의 판매량이 잠식될 수도 있지않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새 타이어를 그만큼 못 팔게 될 수도 있지만 재생타이어 사업을 통해 기존 타이어들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고, 친환경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브리지스톤 관계자는 답했다.

이처럼 '믿을만한' 재생타이어의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는 일부 지역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의 교체용 타이어로 이 공장의 재생타이어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포천=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