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끝내고 30일 개장한 두바이 증시가 폭락했다.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인 나킬은 나스닥에 상장된 자사 발행 이슬람채권 거래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두바이정부는 두바이월드의 부채에 지급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슬람 명절인 나흘간의 '이드 알-아드하' 연휴를 끝내고 이날 다시 문을 연 두바이 증시는 5%대 하락으로 출발,7.3% 떨어지며 장을 마쳤다. 하루 낙폭으론 지난해 10월8일 이후 최대다. 아부다비 증시도 사상 최대인 8.3% 폭락했다.

UAE의 7개 토후국 지도자들은 2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건국 38주년 기념식에 참석,두바이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셰이크 칼리파 아부다비 지도자는 매년 아부다비에서 열렸던 기념행사를 처음으로 두바이의 상징이자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현지에서는 UAE가 두바이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던져주는 동시에 두바이에 대한 UAE의 지지가 여전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지난 2월 100억달러를 지원했다. 또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 전인 지난달 25일 아부다비은행들은 두바이가 발행한 50억달러 규모 채권을 인수했다. 이로써 아부다비가 올해 지원하기로 한 200억달러 가운데 50억달러가 남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50억달러+α'의 지원 규모가 협의될 전망이다.

앞서 UAE 중앙은행은 지난달 29일 자국 및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창구를 개설,은행들이 '이보(EIBOR · UAE 내 은행 간 금리)'에 0.5%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하지만 두바이를 지원하겠다는 세부 언급은 없었으며 대출 규모와 기간 등 구체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아부다비는 대신 두바이에 알짜 자산 매각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두바이가 우량 자산을 팔면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두바이를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퇴역 초호화 유람선인 퀸엘리자베스 2호,턴베리 골프장 등 두바이의 주요 자산이 매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두바이월드 관계자는 "반강제적으로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자산 매각보다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더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라흐만 알 살레 두바이 재무부 대표는 이날 "두바이월드는 정부 기관이 아니며 마땅히 대부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두바이월드가 진 부채에 정부 지급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킬의 사업부문별 부채 규모와 각국 기업의 채권보유 및 미수금 현황 등 상세정보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두바이 최고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투자유치를 책임지고 있는 두바이투자회사의 이마르 최고경영자(CEO) 등 4명을 전격 해임하고 대신 아들인 셰이크 함단 등 최측근 3명을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로회의 의장인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서는 어떤 디폴트(채무 불이행)도 없다고 본다"며 "두바이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인터넷 사이트인 홍콩경제만은 두바이 쇼크가 중국의 중동 수출에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김문권/서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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