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태 진정 속 채무재조정 협상에 월가 시선 집중

에미리트 수도인 아부다비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며 또 다른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가라앉는 분위기입니다.지난 주말에는 새로운 위기의 씨앗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컸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하지만 상황이 워낙 불투명한 탓에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두바이 정부가 6개월간의 채무 지불 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만큼 채무 재조정이 어떤 협상과정을 거칠 지 주목됩니다.문제는 아직은 채무 재조정 대상 채권이 정확히 무엇인지,협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질 지 등에 대한 두바이 정부의 입장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두바이 채권단들 입장에서는 아주 답답할 노릇인데요.유럽과 미국 등에 있는 채권자들과 채무 재조정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면 두바이 채권의 부도 위험이 급감하면서 이번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보입니다.두바이 채권은 최근 폭락하긴 했지만 잔존 가치가 리먼브러더스 사태 처럼 부도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습니다.이날 치솟았던 신용디폴트 스왑,즉 부도위험을 막는데 들어가는 보험료가 다소 떨어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아랍에미리트당국은 두바이 빚을 많이 깎기 위해 당분간 선별적인 지원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압둘라만 알 살레 두바이 금융부 장관이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월드의 부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취지인데요.아부다비 정부도 현지 은행의 뱅크론을 막기 위해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해외 부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아부다비 정부가 두바이의 모든 채권을 지급보증하지 않겠다는 것인데요.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다시 증폭될 수 있습니다.이날 유럽 증시가 3주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두바이월드 자회사인 나킬사가 발행한 35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14일 만기를 앞두고 어떻게 정리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요.이 채권이 부도(디폴트)가 나지 않으면 일단 큰 불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 연말 소비 심리 회복세

리먼브러더스사태 1년이 지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한 지난 주말 더 많은 사람들이 쇼핑에 나섰는데요.전미소매협회(NRF)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연휴 동안 1억9500만명이 쇼핑장을 찾거나 온라인으로 거래를 했습니다.작년 1억7200만명보다 13.3% 가량 증가한 것인데요.하지만 쇼핑객이 늘어난 만큼 판매가 증가하진 않았습니다.연휴 기간 동안 소매 판매액은 412억 달러로 작년 수준에 그쳤습니다.1인 당 평균 지출 규모가 감소한 것은 재고가 많지 않은 소매 판매업체들이 세일 규모를 줄이면서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매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는 뚜렷하게 증가세를 보였습니다.온라인 분석업체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당일엔 온라인 쇼핑 규모가 3억1800만달러로 작년보다 10% 증가했고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엔 5억9500만달러로 작년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전문가들은 작년에 비해 할인 폭이 줄었는데도 연휴 쇼핑객들이 증가한 점에 비춰볼 때 연말 소비가 점차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