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연결하는 셰이크자히드 도로에 아랍에미리트(UAE) 건국일(12월2일)을 기념하는 깃발과 장식물이 30일(현지시간) 일제히 내걸렸다. 셰이크자히드를 따라 1시간30분 정도 차로 달려 도착한 아부다비는 UAE 7개 토후국 가운데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바이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두바이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두바이쇼크 1년여 전부터 UAE의 '돈줄'을 대고 있는 아부다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아부다비 거리를 누비는 차량 10대 가운데 하나는 두바이 번호판을 달고 있을 정도다.

아부다비 부동산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는 두바이와 달리 강세다. 주택가격이 1년여 만에 2배로 올랐다.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은 더 오를 태세다. 2007년 말 방 3개짜리 주택가격(1년치 월세)이 15만디르함(약 450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28만디르함(약 7400만원)으로 급등했다. 해안가일 경우 40만디르함(약 1억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아부다비에서는 두바이와 달리 외국인이 주택을 소유할 수 없다.

한국 건설업체들도 두바이를 떠나 아부다비로 몰려들고 있다. 두바이 지사를 축소하는 대신 아부다비 지사를 확대하고 있다. 아부다비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한국 기업도 속속 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아부다비 지사 사무실을 시내 중심가인 아부다비몰 앞으로 확충 이전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두바이 지사 직원 대부분을 아부다비로 옮겼다.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STX건설 등도 최근 1~2년 사이에 아부다비 지사 문을 새로 열었다.

이는 아부다비가 중동의 새로운 투자 적격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올 들어 아부다비에서만 루와이스 석유화학단지 5개 패키지 공사를 싹슬이하는 등 총 96억4700만달러를 수주했다. 아부다비에서는 석유 가스 등 플랜트 부문에서만 2011년까지 400억달러 정도 추가 발주될 예정이어서 한국업체 간 경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이상기 GS건설 상무는 "한국업체들이 국내외에서 정유 · 석유화학 등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데다 2개월 정도 준공일을 당겨 발주처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