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금융완화 요구에 소극적 자세를 취했던 일본은행이 1일 전격적으로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디플레이션과 엔고에 대응해 초저금리 자금 10조엔(약 130조원)을 향후 3개월간 시장에 풀기로 했다. 정부의 '디플레 선언'에 "인플레가 더 걱정"이라며 엇박자를 내던 일본은행이 결국 정부의 금융완화 압력에 두손을 들고 양적완화 정책으로 돌아선 셈이다.

이번 정책자금의 금리는 연 0.1%다. 일본은행 측은 "초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금융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는'두바이 쇼크'를 계기로 엔화 가치가 14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는 등 경제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한 긴급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는 인플레 방지를 위해 출구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일본은행이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기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작년 12월 이후 1년 만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2일 회담을 갖고 최근 경제 동향과 디플레 및 엔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라카와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가 디플레 상태라는 정부의 인식에 동의한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태세를 항상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엔고와 두바이 쇼크 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조엔의 재정자금을 푸는 것을 비롯해 신용보증재원 6조엔,긴급 대출재원 4조엔 등을 추가 투입하는 등 총 10조엔 규모 추가 경기대책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경기부양책 소식에 힘입어 이날 닛케이주가는 2.43% 뛴 9572.20엔에 마감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당 87엔대로 하락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