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효율의 재발견' 공장에 캠코더 한대 달았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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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엠트론의 '비디오 혁신'
수년 전 미국 워싱턴대의 존 고트먼 교수는 캠퍼스 근처에 '애정연구소'라는 곳을 만들었다. 이 연구소는 방문한 부부들이 15년 후에도 계속 부부로 살고 있을지를 정확히 맞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부부가 나눈 15분간의 대화를 관찰한 후 고트먼 교수가 이혼 여부를 맞힐 확률은 90%에 이르렀다.
그 비결은 비디오 분석에 있었다. 고트먼 교수는 대화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잘게 나눠 초 단위로 분석,표정에 나타나는 감정의 코드를 읽어냄으로써 이혼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성공했다. 마케팅 구루로 불리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란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단순해 보이는 비디오 분석이지만 '잘게 썰기'를 통해 순간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비디오 촬영과 분석을 경영혁신에 도입한 기업들도 있다. 자동차 및 전자부품 회사인 LS엠트론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천천히 보고,다시 뒤로 돌려보는 반복적인 비디오 분석을 통해 핵심적인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고 이를 현장 작업자들과 공유한 결과다.
◆제3자의 눈으로 봐라
LS엠트론은 트랙터,공조기,사출시스템,방산부품,전자부품,회로소재,자동차부품,에너지 저장장치 등 8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분리와 인수 · 합병 등을 거쳐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게 됐지만 동시에 사업구조도 복잡해졌다.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지면서 경영진이 신경쓸 분야가 여간 많은 게 아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심재설 대표이사는 경영혁신을 들고 나왔다. 물론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생산 품목들 사이에 시너지가 별로 없었고 사업부별로 조직문화나 경영전략도 달랐기 때문이다.
심 대표이사는 과거처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각 사업부별로 특성에 맞는 혁신전략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지시를 받은 자동차 부품사업부는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때 기술경영연구소 이홍준 대리가 제안을 해왔다. "우선은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자"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다 아는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일단 진행해 보기로 했다.
기술경영연구소는 자동차 부품생산의 모든 공정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그리고 이 비디오 필름을 수십 번 돌려보면서 개선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10월 중순 비디오 테이프와 개선안을 가지고 현장 작업자,반장,공정담당 엔지니어,생산기술 담당자 등이 모였다. 비디오 상영 중간중간에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리는 "현장 작업자 본인들도 막상 일할 때는 몰랐던 각종 비효율과 낭비적 요소들이 모두 걸러졌다"고 말한다.
◆"핵심 목표에 집중하라"
자동차 부품 생산공정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생산제품이 바뀔 때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한 라인에서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다른 제품 생산을 위해 설비의 사양을 일일이 조정하고 다른 장비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4시간에 달했다.
목표가 정해졌다. 장비 및 설비 교체시간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두 시간으로 줄이면 라인 가동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아이디어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우선 지적된 것이 자동차부품 제작에 필요한 압출기 헤드 교체시간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수십㎏에 달하는 압출기 헤드를 분해하려면 두 명 이상이 달려들어야 했다. 부상 위험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기계부품을 고정시켜 주는 장치인 지그였다. 회사는 압출기 헤드에 사용하는 전용지그를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 작업자는 한 명으로 줄어들었고 헤드 교체 시간도 10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도르래도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꿨다. 여기서도 교체시간을 5분가량 단축할 수 있었다.
트랙터 사업부도 자동차 부품사업부처럼 비디오촬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LS엠트론 관계자는 "현장 곳곳에 뭔가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것도 익숙해지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비디오 분석은 그런 문제를 제3자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문제 해결의 의지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LS엠트론의 다른 사업부도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아가며 각자 처지에 맞는 혁신활동을 벌이고 있다. 회로소재 사업부는 6시그마를 도입하고 전자부품사업부는 품질 향상을 위해 각종교육과 태스크포스 활동을 펼쳤다. LS엠트론에서는 이를 '한지붕 8가족의 맞춤형 혁신'이라고 부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심 대표이사는 3개월간 26차례의 CEO 특강을 빠짐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그 비결은 비디오 분석에 있었다. 고트먼 교수는 대화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잘게 나눠 초 단위로 분석,표정에 나타나는 감정의 코드를 읽어냄으로써 이혼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성공했다. 마케팅 구루로 불리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란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단순해 보이는 비디오 분석이지만 '잘게 썰기'를 통해 순간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비디오 촬영과 분석을 경영혁신에 도입한 기업들도 있다. 자동차 및 전자부품 회사인 LS엠트론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천천히 보고,다시 뒤로 돌려보는 반복적인 비디오 분석을 통해 핵심적인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고 이를 현장 작업자들과 공유한 결과다.
◆제3자의 눈으로 봐라
LS엠트론은 트랙터,공조기,사출시스템,방산부품,전자부품,회로소재,자동차부품,에너지 저장장치 등 8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분리와 인수 · 합병 등을 거쳐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게 됐지만 동시에 사업구조도 복잡해졌다.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지면서 경영진이 신경쓸 분야가 여간 많은 게 아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심재설 대표이사는 경영혁신을 들고 나왔다. 물론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생산 품목들 사이에 시너지가 별로 없었고 사업부별로 조직문화나 경영전략도 달랐기 때문이다.
심 대표이사는 과거처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각 사업부별로 특성에 맞는 혁신전략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지시를 받은 자동차 부품사업부는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때 기술경영연구소 이홍준 대리가 제안을 해왔다. "우선은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자"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다 아는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일단 진행해 보기로 했다.
기술경영연구소는 자동차 부품생산의 모든 공정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그리고 이 비디오 필름을 수십 번 돌려보면서 개선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10월 중순 비디오 테이프와 개선안을 가지고 현장 작업자,반장,공정담당 엔지니어,생산기술 담당자 등이 모였다. 비디오 상영 중간중간에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리는 "현장 작업자 본인들도 막상 일할 때는 몰랐던 각종 비효율과 낭비적 요소들이 모두 걸러졌다"고 말한다.
◆"핵심 목표에 집중하라"
자동차 부품 생산공정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생산제품이 바뀔 때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한 라인에서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다른 제품 생산을 위해 설비의 사양을 일일이 조정하고 다른 장비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4시간에 달했다.
목표가 정해졌다. 장비 및 설비 교체시간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두 시간으로 줄이면 라인 가동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아이디어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우선 지적된 것이 자동차부품 제작에 필요한 압출기 헤드 교체시간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수십㎏에 달하는 압출기 헤드를 분해하려면 두 명 이상이 달려들어야 했다. 부상 위험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기계부품을 고정시켜 주는 장치인 지그였다. 회사는 압출기 헤드에 사용하는 전용지그를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 작업자는 한 명으로 줄어들었고 헤드 교체 시간도 10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도르래도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꿨다. 여기서도 교체시간을 5분가량 단축할 수 있었다.
트랙터 사업부도 자동차 부품사업부처럼 비디오촬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LS엠트론 관계자는 "현장 곳곳에 뭔가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것도 익숙해지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비디오 분석은 그런 문제를 제3자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문제 해결의 의지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LS엠트론의 다른 사업부도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아가며 각자 처지에 맞는 혁신활동을 벌이고 있다. 회로소재 사업부는 6시그마를 도입하고 전자부품사업부는 품질 향상을 위해 각종교육과 태스크포스 활동을 펼쳤다. LS엠트론에서는 이를 '한지붕 8가족의 맞춤형 혁신'이라고 부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심 대표이사는 3개월간 26차례의 CEO 특강을 빠짐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