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노·사·정이 모두 사는 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학은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시장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선택은 효율적인 배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때로는 그 결과를 놓고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시장의 자유선택이 환경오염이라는 결과를 낳고 관련자 간에 다투는 것이 전형적인 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즈는 이 경우에도 법적 권리가 명확하고 협상의 거래비용이 적다면 당사자 간 자율협상으로 이 같은 시장실패는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코즈정리라 불리는 이 이론은 역설적으로 자율적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명확한 권리 규정과 협상비용의 최소화가 매우 중요함을 말해준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놓고 벌인 약 한 달간의 노사정 고위급 협상은 표면적으로는 성과없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협상이 끝났다고 발표된 직후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사간 이견을 좁히는 제안을 하고 이에 따라 노사간 협상이 재개되는 것을 보면 그간의 협상은 의미있는 진전을 만들어왔다고 생각된다. 즉 정부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의 시행은 불가피하다는 원칙을 명확히 함으로써 코즈 정리에서 말하는 기준을 분명히 해 협상비용을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마디로 무조건식 고집은 안 통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실질적 협상을 촉진하고 있다. 이 점은 현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분명히 다른 점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모든 일은 원칙과 현실이 조화를 이뤄야 원만하기 때문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시행이라는 원칙은 분명해졌으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시행안을 만들어야 한다. 전임자 임금 문제는 상대적으로 명쾌하다. 노조의 자립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내년부터 시행하고 기업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반면에 복수노조 문제는 대안 찾기가 매우 복잡하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선 선의의 노조경쟁보다는 헐뜯고 싸우는 노노갈등이 심해질 것이고 그 결과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까지 서로 상처를 입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절대 다수의 근로자에게는 결사의 자유보다 분열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이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혼란을 줄이면서 새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험에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노동연구회가 검토 중인 대안 중 몇 가지를 제시하자면 우선 현행 판례가 인정하는 범위에서 복수노조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즉 독자적 협약체결권이 없는 산별노조 · 지역별 노조 등 초기업 노조의 지회가 있는 기업에 대해 복수노조를 허용하거나,또는 근로조건이 현저히 다른 직종들 간에 별도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판례가 허용하는 정도에서 복수노조를 인정하므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고 노사의 수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노동조합 설립요건의 최소 규모를 규정하고,1사 1창구를 유지해 조합원 과반수 대표제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소수노조의 난립과 다수노조의 분리교섭을 방지하며 조합원 이익의 대표성을 충실히 한다는 장점이 있다.
첫째 대안은 시행에 별다른 준비기간이 필요없지만 둘째 대안은 법과 제도의 정비에 몇 년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노사정이 두 대안을 놓고 원칙과 현실을 적절히 조화시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사정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부 >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놓고 벌인 약 한 달간의 노사정 고위급 협상은 표면적으로는 성과없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협상이 끝났다고 발표된 직후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사간 이견을 좁히는 제안을 하고 이에 따라 노사간 협상이 재개되는 것을 보면 그간의 협상은 의미있는 진전을 만들어왔다고 생각된다. 즉 정부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의 시행은 불가피하다는 원칙을 명확히 함으로써 코즈 정리에서 말하는 기준을 분명히 해 협상비용을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마디로 무조건식 고집은 안 통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실질적 협상을 촉진하고 있다. 이 점은 현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분명히 다른 점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모든 일은 원칙과 현실이 조화를 이뤄야 원만하기 때문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시행이라는 원칙은 분명해졌으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시행안을 만들어야 한다. 전임자 임금 문제는 상대적으로 명쾌하다. 노조의 자립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내년부터 시행하고 기업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반면에 복수노조 문제는 대안 찾기가 매우 복잡하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선 선의의 노조경쟁보다는 헐뜯고 싸우는 노노갈등이 심해질 것이고 그 결과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까지 서로 상처를 입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절대 다수의 근로자에게는 결사의 자유보다 분열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이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혼란을 줄이면서 새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험에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노동연구회가 검토 중인 대안 중 몇 가지를 제시하자면 우선 현행 판례가 인정하는 범위에서 복수노조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즉 독자적 협약체결권이 없는 산별노조 · 지역별 노조 등 초기업 노조의 지회가 있는 기업에 대해 복수노조를 허용하거나,또는 근로조건이 현저히 다른 직종들 간에 별도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판례가 허용하는 정도에서 복수노조를 인정하므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고 노사의 수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노동조합 설립요건의 최소 규모를 규정하고,1사 1창구를 유지해 조합원 과반수 대표제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소수노조의 난립과 다수노조의 분리교섭을 방지하며 조합원 이익의 대표성을 충실히 한다는 장점이 있다.
첫째 대안은 시행에 별다른 준비기간이 필요없지만 둘째 대안은 법과 제도의 정비에 몇 년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노사정이 두 대안을 놓고 원칙과 현실을 적절히 조화시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사정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