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나옵니다. 그녀는 거기 살지 않습니다. 유럽의 성(城 ) 그림이 나옵니다. 우리의 주소지는 대한민국입니다. 이해는 합니다. 그래야 시세가 오를 것 같으니까. '

현재 방송 중인 대림산업의 '진심이 짓는다' 시리즈는 아파트 광고의 새로운 틀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톱스타와 화려한 배경을 앞세우던 기존 광고들과 컨셉트부터 다르다. '집'이라는 개념에 대한 'e편한세상'의 진심과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광고 시간도 15초가 아닌 30초로 늘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광고의 포커스는 '누가 더 그럴 듯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가'에 있었다.

이를 위해 실제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 빅모델들이 나와 마치 자기 집인 양 자랑하고 '이미지 컷'이라는 양해 자막과 함께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럽풍의 성곽들을 보여 주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기획 단계에서 이 같은 화려한 겉치레보다 본질에 충실한 설계와 건축기술로 입주민들에게 '진정한 쉼'을 제공한다는 브랜드 정신을 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캠페인의 테마를 '진심이 짓는다'로 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들을 차분한 어조의 내레이션과 함께 전달하기로 했다.

'진심이 짓는다' 캠페인은 제작 방식도 남다르다. 통상 TV광고를 만들 때 콘티(대본) 작업부터 들어가지만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의 정신과 중요한 실체들을 알릴 수 있는 40여 가지의 스토리를 먼저 만들었다. 이후 TV광고에 가장 어울리는 소재들을 골라 영상물을 제작했다. 이렇게 엄선된 1차 캠페인(7월15일~9월)은 1편 '진심의 시세',2편 '1층',3편 '베이크아웃' 편 등으로 만들어졌다.

이 중 '진심의 시세' 편은 'e편한세상의 정신'을 압축적으로 담아냈으며 전체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1층'편과 '베이크아웃'편 등은 'e편한세상'의 정신을 실제로 뒷받침하는 사례로 꾸몄다. 보통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아 인기가 없는 1층이 오렌지 로비,바람길 등 진심이 담긴 건축 기술로 살기 좋은 공간으로 탄생한 사례와 새 집에 들어서는 설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입주 전 난방을 해 나쁜 공기를 없앤 대림산업만의 노력이 소개됐다.

'진심이 짓는다' 캠페인은 단편영화 수준의 스케일로 눈길을 끌었다. 대림산업은 6개월의 캠페인 기간에 총 6편의 CF를 선보일 예정이다. 광고 소재는 최소 30초,최대 60초로 제작돼 일반 광고 길이의 2~4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1차로 소개된 3편의 광고를 제작하는 데도 통상적인 광고 제작 기간의 3배 이상이 걸렸다. 아울러 3편을 촬영한 디지털 필름길이를 모두 더하니 용량이 무려 8테라(1기가의 1000배)에 달해 광고 편집자로부터 "CF가 아닌 거의 단편영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