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두바이의 겉모습은 평온하지만 '태풍의 눈' 속에 숨어 있는 형국이다. 곧 거센 비바람 속으로 빨려들어갈지도 모른다. 두바이쇼크가 튼튼한 경제적 기반없이 부동산 붐으로만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두바이의 모래성이 언젠가 무너질 줄 알았죠.투기꾼들이 몰려들어 한꺼번에 수십채씩 오피스텔을 살 때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했어요. "

현지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사람들은 "두바이의 몰락을 어느 정도 예견했다"고 말한다. 1년 전부터 빌딩숲으로 변한 두바이에 거센 모래폭풍이 불 것이라는 예고가 여기저기서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부동산펀드는 2006년 착공도 하지 않은 오피스빌딩을 통째로 사들였다.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통큰 투자를 한 셈이다. 1년 동안 두바이의 오피스빌딩 임대료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 희희낙낙했으나 작년에 이미 매입가격 이하로 떨어졌다. 내년에 입주를 앞두고 있으나 임대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수익은커녕 당장이라도 처분해야 손해를 줄일 판이지만 팔지도 못한다. 두바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서다.

두바이 시내에 땅을 파다가 중단한 현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어떤 건물은 공사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유리로 된 외부벽 작업만 하고 있다. 외벽으로 내부를 가리면 투자자나 분양계약자들은 안에서 실제 공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두바이에 진출한 한국의 모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귀띔한 말이다. 실제 현장을 방문해보니 외벽작업만 하는 근로자만 눈에 보일 뿐 내부는 삭막했다.

두바이가 사막 위의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면 한국에 뼈 아픈 교훈을 주게 된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두바이 환상에 사로잡혀 두바이를 입에 올리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도 못했다.

두바이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송도국제도시,새만금은 제대로 된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고 아파트 빌딩과 같은 부동산에만 의존한 개발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김문권 두바이=건설부동산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