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책 연구기관으로는 최초로 직장폐쇄에 들어간 한국노동연구원에 대해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노동연구원을 다른 기관으로 통폐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기 파업으로 인한 파행이 연구원 존립 문제로 연결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원이 조찬을 겸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노동연구원의 직장폐쇄 사태를 논의했다"면서 "예산 대폭 삭감과 조직 통폐합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노동연구원이 장기 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조정,변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연구비와 인건비 등이 포함된 내년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노동연구원이 정부 노사정책의 기초와 이론을 제공하는 중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파업 사태로 본연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점을 들어 운영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개진됐다는 후문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노동연구원 예산은 국회에서 통과된 전체 예산을 가지고 이사회에서 배분하게 돼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내년도 예산의 대폭 삭감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과 원칙을 지키고 노사관계를 선진화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을 감안해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조만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오후 전체 노조원 58명 가운데 유학이나 파견 등의 사유로 공석인 연구원을 제외하고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51명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 직장폐쇄를 신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