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남자 배우 두 명이 연말 뮤지컬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내년 2월7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헤어스프레이'의 주인공 정동화씨(25)와 6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퀴즈쇼'의 주역 이율씨(25).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별'이자 '절친'인 이들은 "지금 내가 맡은 역이 얼마나 힘든지 너도 해봐야 안다"면서 함께 웃었다. 그리고는 "혜성같이 등장한 대단한 친구""한국 뮤지컬계를 이끌 샛별"이라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정씨는 '알타보이즈''젊음의 행진''형제는 용감했다' 등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줬고,이씨는 '김종욱 찾기''쓰릴미''주유소 습격사건' 등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들은 지난 9월 연극 '나쁜자석'에 함께 출연했다.

이번에는 각기 다른 작품에서 또래 역할을 맡았다. 극의 성격도 판이하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뚱뚱한 소녀 트레이시가 TV 댄스경연대회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경쾌한 춤과 음악으로 보여준다. 정씨는 "쉬어가는 부분에도 유괘함이 끊이지 않을 만큼 신나는 작품"이라며 "제가 맡은 링크는 가수 지망생인데 제가 한때 가수를 꿈꿨던 터라 더욱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퀴즈쇼'는 작가 김영하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국내 창작극이다. 현실과 사이버 세계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성장통을 그린다. 이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20대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라며 "저를 포함해서 제 주위에 이런 걱정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쉽게 역에 동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 모두 이들을 잠시도 놓아두지 않는다. '헤어스프레이'에서 정씨는 조명을 받지 않을 때도 무대 한구석에서 계속 춤을 추고 연기를 한다. 그는 "춤,노래가 많아 마지막에는 이른바 사점(死點)까지 간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퀴즈쇼'에서 원맨쇼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를 지킨다. 그는 "마지막까지 극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많다"면서 "가만히 서 있는 것마저 힘든 순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뮤지컬 전쟁터'로 불리는 연말 공연계에서 연기 대결을 펼치는 선의의 경쟁자이지만,무대 밖에서는 서로를 칭찬하기 바쁜 '훈남'이다.

"율이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이미지가 탐나고 한 번 들으면 다시 듣고 싶어지는 목소리도 매력적이에요. " "동화는 순발력이 뛰어난데 음향 사고까지도 연기의 한 부분인 것처럼 소화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죠."

이번 공연을 마친 뒤 정씨는 뮤지컬 '게이,게일리',이씨는 뮤지컬 '로맨스,로맨스'에 출연할 예정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