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강미숙씨(48 · 여)는 매물을 조회하고 고객들의 이메일 문의에 답하기 위해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해왔다.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과민하게 신경을 쓰다보니 목덜미가 늘 뻐근했다. 지난 5월 고개를 숙이고 화장실 청소를 하던 중 몸이 미끄러지면서 목과 오른쪽 팔에 극심한 통증이 생겼다. 인근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더니 경추 5번과 6번 사이의 디스크(척추간판)가 심하게 튀어나와 척추신경을 압박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곳에서 목을 째고 경추를 일부 깬 다음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고 이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니 죽다가 살아난 것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1991년 국내 대학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신경외과 안에 척추센터를 설립해 척추질환의 전문 진료를 선도해왔다. 2005년에는 척추정형외과 및 재활의학과와 협진체계를 갖추고 국내 첫 대학병원 부속 척추전문병원(원장 조용은)으로 확장했다. 부설 척추신경연구소는 매년 1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이 병원 목디스크클리닉은 지난해 2672명,올 들어 11월 말까지 3003명의 경추질환자를 진료했고 이 중 각각 326명(12.2%)과 321명(10.7%)에 대해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을 최소화하기 위해 팔다리 마비와 배뇨 및 배변장애가 동반되는 급성 목디스크에 한해 수술을 하며 나머지 90%가량의 환자는 물리치료와 약물로 호전시킨다. 현미경 및 레이저 수술도 하지만 레이저의 경우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전방디스크고정술'이라는 전통적인 수술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또 목과 허리 일부만 촬영하는 대다수 병원과 달리 척추 전체를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함으로써 숨어있는 척추질환을 조기에 진단,치료해 환자의 육체적 부담과 치료비용을 덜어주고 있다. 척추에 약간의 문제라도 생기면 정상 'S'자 곡선이 변형되고 반대편에서는 변형을 보상하기 위해 또 다른 디스크 손상이 초래되므로 잠재성 디스크 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이 클리닉은 또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후종인대골화증' 전문 치료기관이다. 이 질환은 경추 안쪽의 인대가 두꺼워지고 뼈로 변화하면서 척수신경을 누르고 팔다리 마비와 보행장애를 초래한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져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면 후종인대골화증일 가능성이 크다. 숙련된 고난도 수술 테크닉으로 골화된 인대를 제거하고 협착된 척추신경관을 넓히게 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