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8일 만에 끝났지만,이번 사태는 역설적으로 공기업 혁신이 왜 지금 절실한 과제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외형적으로는 단체협약 해지 등에 따른 노사간 의견대립이 문제였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전임자 축소,고통분담차원의 임금동결이 담긴 코레일의 경영개선안에 대한 노조 반발이 국민들의 발을 담보로 한 파업으로 불거진 것이다.

이런 문제가 코레일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전력과 가스,상하수도와 토지주택,금융 등 주요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대부분 공기업에서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툭하면 파업 운운하는 후진적인 노사관계 외에도 평가 · 감시감독 시스템이 부실한 고비용 · 저효율의 경영체제,'신의 직장'이라는 비판까지 따르는 과도한 후생복지 등 따지고 보자면 끝도 없다.

이번에 여론의 무서운 질타를 받은 코레일만 해도 매출액의 57%가 인건비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일본 철도의 30%와 비교해 납득할 수 없는 구조다. 국내의 좁은 독점시장에서 경쟁을 모르는 방만한 경영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어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철도에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을 들고 나선 것도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공기업 혁신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부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지만 정부 힘만으로 될 일도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려 6차례에 걸쳐 통 · 폐합과 민영화 등 각종 선진화계획이 발표됐지만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결국 그러한 노력이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 아닌가. 국회도 계류중인 6개 공공기관의 통폐합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두르면서 공기업 전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법부 역시 공기업의 불법행위에는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공기업 스스로의 변화 노력이다. 경제회복에 선도적으로 임한다는 자세로 노사 모두 국제경쟁력을 생각하며 비능률 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도 노사관계의 근본부터 선진화하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책임경영이 자리잡도록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최대 쟁점의 하나로 2012년까지 2만2000명을 감축키로 한 인력조정도 그렇다. 단순히 신규채용 동결, 명예퇴직과 같은 소극적인 방안이나 분사, 아웃소싱과 같은 숫자놀음 이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일정 연령 이상에 임금피크제를 함께 도입하면서 전략 분야에는 청년 신입 직원을 보충하는 식으로 고용시장과 국가경제에 기여할 방안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중앙의 거대 공기업들이 모범을 보여야 지방공기업들도 따라갈 수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주도하고 있는 300개 이상의 지방 공기업 경영혁신도 좀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