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의 요르단 프로젝트 수주는 우리나라가 연구용 원자로 수출국으로 부상함과 동시에 향후 대형 상업용 원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한국이 1959년 미국으로부터 'TRIGA Mark-Ⅱ'라는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원자력 기술 개발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원자력 수출국으로 거듭난 쾌거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호주 태국 네덜란드가 발주한 연구로 건설 사업에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한 끝에 드디어 '3전4기'의 성공을 일궈냈다.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아르헨티나 러시아 중국과 경합해 이긴 점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연구용 원자로 건설 경험이 적고 원자력 시스템 수출 경험도 없다는 점이 불리했지만 출력 30㎿급 대형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를 자력으로 설계,1995년부터 운영해오면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요르단과 최종 계약을 맺고 사상 최초로 '한국산 원자로'를 수출한다면 향후 이 시장의 중요한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재 미국 등 10여개국이 연구용 원자로를 자력으로 개발해 쓰고 있으며 수출에 성공한 나라는 아르헨티나와 러시아뿐인 만큼 일약 세계 3대 연구로 수출국 대열에 끼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용 원자로는 660여기가 만들어졌으며 현재 50여개국에서 240여기가 가동 중이다. 이 240여기 중 80%는 20년 이상,65%는 30년 이상을 운전한 노후 원자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15년 내에 노후 원자로를 대체할 신규 수요(최소 50기 정도)가 발생할 경우 세계 시장은 최대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용 원자로 1기당 2000억~4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예측하기는 섣부르지만 연구로는 대형 상용 원전에 비해 틈새시장인 데다 확실한 기술력도 갖고 있어 한국은 연구로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연구용 원자로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태국 베트남 남아공 등 10여개국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로 첫 수출을 계기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원자력 선진국이 주름잡고 있는 상용 원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중형급(10~20㎿) 이상 연구용 원자로를 개발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라며 "향후 1000㎿급 이상의 대형 상용 원전의 수출에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종욱 대우건설 대표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고부가가치를 올릴 해외 원전 건설사업에 뛰어들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수주한 연구로는 5㎿ 정도의 소형급이다. 요르단 원자력위원회는 이 원자로를 원자력 인력 교육훈련 및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중성자를 이용한 신물질 개발 등에 쓸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내년 3월 안으로 건설 계약이 체결되면 2012년까지 상세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 2014년 요르단과학기술대 내에 연구로를 완공할 계획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