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 잠정치'는 한국 경제가 탄탄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회복세가 정부와 한은의 자금투입 및 금융완화 조치에 힘입은 바 커서 출구전략(Exit Plan · 각종 위기극복 정책의 정상화)이 시작됐을 때도 회복 기조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는 3.2%(전기 대비)로 지난달 속보치보다 0.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미국과 같은 전기 대비 연율기준으로 하면 성장률이 13%를 웃도는 것으로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깜짝 놀랄)' 수준이다. 분기별 성장률로는 2002년 1분기의 3.8% 이후 최고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성장률이 0.9%를 기록했다. 이 역시 속보치와 비교해 0.3%포인트 올라갔다. 전년 동기 대비로 작년 3분기 이후 1년 만에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속보치는 지난 7월과 8월의 두 달치 데이터를 근거로 9월 한 달의 경제활동은 추정해 만드는 것이며 잠정치는 9월의 경제활동은 제대로 반영해 작성한 것이다. 한은은 속보치 이후 입수한 9월 산업생산지수와 서비스업생산지수,건설기성액 등과 기업 및 금융회사의 분기 결산자료 등을 추가 반영하면서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3분기 서프라이즈는 제조업이 이끌었다. 세제혜택으로 자동차산업의 생산이 크게 늘었으며 반도체 LCD 등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제조업은 성장률이 2분기 8.9%에서 3분기 9.8%로 높아졌다. 서비스업도 운수와 보관업,도소매업,보건 및 사회복지업 등을 중심으로 0.7% 성장했다. 민간소비가 1.5% 늘어나 성장에 밑바탕을 제공했으며 설비투자(10.4% 증가)가 높이를 키웠다.

이 같은 경기호전을 반영,기획재정부는 10일 발표하는 경제운용방향에서 내년 성장률을 5%,취업자 수는 20만명 내외 증가,경상수지는 150억달러 내외 흑자,물가는 2% 후반대로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제시했던 성장률 4% 내외,취업자 15만명 내외 증가, 경상수지 80억달러 내외 흑자,소비자 물가 2%대 후반보다 낙관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내년에 분기별로 전기 대비 1.0%씩만 성장해도 연간 5.5% 성장률이 나오므로 각종 악재 등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5% 내외 달성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난 3분기 교역조건의 변화 등을 감안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산 증가에 비해 소득 증가의 폭은 턱없이 작다는 얘기다. 원유가격 상승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뛴 여파다. 실질 무역손실이 전 분기보다 6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로 인해 정부 및 각종 연구기관의 낙관적 내년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기류다. 국제 원자재가격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환율효과도 낮아질 것이며,정책효과는 확연히 줄어들어 방심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달부터 소비자심리지수(C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하락반전한 것이 향후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이란 징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준동/박신영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