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방영된 KBS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요 장면이다. 서울 도심에서 테러를 일으키려는 공작원들과 이를 막는 정부 요원들의 첨단 기술 대결을 그려 흥미를 더했다.
◆반경 20km까지 차단 가능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광화문을 지나던 일반인들의 휴대폰 통화까지 마비시킨 무선 전파교란(재밍,jamming)기술을 사용한 장면이다. 드라마에서는 국가안전국(NSS) 요원들이 이 기술을 활용해 핵폭탄의 원격 기폭을 막아낸다.
재밍은 통신체제를 혼란시키거나 방해하는 군사 기술로 불특정 노이즈 주파수를 발생시키는 장비를 이용,기존 통신기기 간 송수신을 방해하는 방법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말을 할 때 옆에서 그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해 대화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재밍기술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가 VIP의 경호나 군사분계선에서 전파 월경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이용된다. 청와대 경호실의 경우 VIP 안전이 필요한 곳에서 이동형 재밍 장비를 이용,전파를 일시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선에서는 북측으로 전파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이 직접 재밍장비를 설치,운영하기도 한다.
재밍 장비는 출력 범위에 따라 반경 20㎞까지도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다만 드라마처럼 NSS 사무실에 앉아 20분 내에 광화문 일대의 모든 주파수를 차단하려면 사전에 관련 장비를 설치해 놓아야 한다. 이동형 장비를 이용하려면 많은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넓은 범위를 오랜 기간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행 전파관리법에서는 국가 보안과 관련된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의 재밍 장비 사용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핵폭탄 짊어지고 달릴 수는 없어
테러범들이 사용한 초소형 핵폭탄의 존재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미니 뉴크'라고 불리는 초소형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초소형 핵폭탄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은 40㎝×60㎝ 크기다. 병사들이 짊어질 수 있도록 배낭으로 만들었지만 무게가 68㎏이나 된다. 아이리스 속 장면과 같이 주인공 김현준(이병현)이 이를 들고 자동차를 뛰어넘고 내달릴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이리스는 또 증명사진이 담긴 영상폰으로 서로의 위치와 신상을 즉각적으로 파악,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통신하는 첨단 기술을 보여줬다.
관련 기술은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 등을 협찬받아 구현한 장면이다. 한 대의 전화기로 음성신호,영상전화는 물론 데이터 전송까지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ALL-IP) 기술을 이용하면 현실에도 적용 가능하다.
김태훈/안정락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