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문제 등 양대 노동 현안에 대한 노 · 사 · 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 등은 어제 열린 노 · 사 · 정 3자협상에서 복수노조 시행을 2년6개월 유예하고, 노조전임자 무임금 문제에 대해선 사업장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 7월부터 '타임오프제'를 적용키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대 노동 현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은 노 · 사 · 정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대화로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갖게 한다. 그동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는 양대 현안의 내년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수 차례나 밝혔고, 노동계는 그럴 경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해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번 합의는 우리 경제계의 최대 불안 요인을 제거해낸 셈이다.

물론 합의 내용이 만족스런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들 노동 현안은 법제화를 이루고도 13년간이나 시행을 유예해왔던 것인데 또다시 시행시기를 더 미루는 꼴이 된 까닭이다. 하지만 노 · 사 · 정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파국을 맞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해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노 · 사 · 정이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2년6개월 유예키로 합의한 것이 특히 그렇다. 물론 이 사안에 관해선 기업에 따라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도입될 경우 산업현장의 혼란이 증대될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 노동계조차 노조들 간의 선명성 경쟁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는 상황이고 보면 정부가 예정대로 밀어붙이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예정대로 시행치 않고 6개월간의 실사기간을 거쳐 타임오프제를 도입키로 한 데 대해선 걱정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타임오프제도는 단체교섭 고충처리 등 노무관리적 성격의 일을 하는 조합원에 대해 해당 활동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사측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유럽지역 일부 국가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도입할 경우 우리 현실에서 노조전임자들의 활동을 대부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법적으로 공식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코 이러한 일은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임오프제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철저히 시행하는 일이다. 타임오프제는 시행한다는 사실 외에 정해진 게 없고,복수노조도 시기만 정해졌지 내용은 미정인 상황이다. 따라서 노 · 사 · 정은 앞으로의 구체안 마련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원만한 실행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