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경총,노동부 등 노사정 대표는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시행 시기와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와 타임오프(time-off:근로시간 면제) 제도 도입에도 합의했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12년 7월부터,타임오프는 2010년 7월부터 적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한 뒤 시행령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은 앞으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협의하게 된다. 또 타임오프제도를 적용할 노조 전임자의 업무 항목 및 총량시간 등을 마련해야 한다. 노사정은 사업장 규모별로 적정한 수준의 기준을 만들어 타임오프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의는 노사 모두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한편 그동안의 조합 운영 틀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사측 역시 달라진 노무관리 환경에 맞춰 원활한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창구 단일화 · 타임오프 적용 어떻게

이번 노사정 합의 사항은 지난 7월 노사정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대안을 토대로 하고 있다. 노사정 대표들이 공익위원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전문가들이 해외사례 등을 연구해 내놓은 대안을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노사정은 앞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교섭비용 증가방지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갖게 된다. 창구를 단일화하되 교섭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수 노조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교섭대표 노조에 공정대표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의 합리적인 노조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사교섭 협의,고충처리,산업안전 등 노무관련 활동에 대해 사업장 규모별로 적정한 수준의 타임오프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세부 사항은 노사가 공동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벌인 뒤 협의키로 했다. 타임오프를 적용할 전임자의 업무 항목 및 시간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노사관계 변화 가속화될 듯

당장 내년 7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됨에 따라 노조는 전임자 및 조직을 축소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타임오프가 도입되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부 업무에 대해서만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전임자들이 받게 되는 돈은 현재 임금의 40~60% 선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임자가 현행 수준의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조합비로 임금을 보전받는 방법밖에 없어 전임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또 내년 7월부터 노조는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치투쟁보다는 조합원들의 복지나 고충처리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년6개월 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의 변화 물결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표 노조가 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에 대한 서비스 경쟁에 나서야 한다.

◆어떤 절차 남았나

한나라당은 오는 7일 의원총회를 열어 노사정 합의안을 바탕으로 당론을 결정한 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마련,당정 협의를 거쳐 12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시행령 마련에 들어간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경총과 한국노총이 전임자 임금지급 실태조사를 벌여 보완책을 마련하면 이를 검토해 시행령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행령을 토대로 내년 7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시행되면 노사정은 또다시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 및 절차 등을 협의해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