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17개 현(縣)과 시에서 5일 실시된 현장(縣長 · 도지사 격)，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 민진당이 사실상 승리해 집권 국민당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취임한 마잉주 총통(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양안(중국과 대만) 해빙 정책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민진당은 득표율이 급상승했으며 4년 전 빼앗긴 주요 지역인 이란 현장 자리를 탈환하고 자이현 윈린현 핑둥현장 직을 지켜 현장 자리가 3석에서 4석으로 늘었다. 반면 국민당은 민진당에 이란현장 자리를 빼앗기고 화롄현에서도 무소속에 패배해 여권의 현장 · 시장 자리는 종전 14석에서 12석으로 줄었다. 민진당 득표율은 45.32%로 국민당 47.88%와 거의 비슷해 이번 선거에서 실질적 대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진당의 이번 득표율은 1986년 창당 이래 23년 만에 지방선거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2005년 17개 현장 · 시장 선거에선 민진당 득표율이 38.2%에 그쳤다.

국민당의 이번 패배는 △태풍 모라꼿 늑장 대처 △중국과의 급진적 관계 개선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 △미국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는 마 총통에 대한 중간평가로 인식돼왔다. 마 총통은 침통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이날 밤 기자회견장에 나와 "철저히 반성하는 엄숙한 태도로 이번 선거가 전하는 경고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