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유든 대사는
그는 업무 이외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의 옛날 책 모으기에 쓴다. 유든 대사는 1978~1981년 한국에서 주한영국대사관 이등서기관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한국의 고서에 심취했다. 단순히 책만 모으는 게 아니라 한국의 빛바랜 역사와 문화에도 관심이 지대하다. 영국에 돌아갔을 때 세계적인 서점마을인 웨일스 헤이온와이를 샅샅이 뒤져가며 보물찾기하듯 한국 책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그는 2003년 자신이 쓴 책이라며 접견실 탁자 중앙에 놓여진 'Times Past In Korea(한국에서 보낸 시간들)'란 책을 자랑스럽게 들어보였다. 지난 30여년간 모은 450권 이상의 한국 고서에서 뽑아낸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일기 형태로 정리한 책이다.
그가 한국을 사랑하는 건 독특한 취미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평생 반려자인 아내도 한국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무용가로 활동 중이던 피오나 유든 여사를 만나 1980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영국을 제외하고 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한국은 제2의 고향과 같다"고 전했다. 또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아들도 영국보다 한국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의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 다 꿰고 있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유든 대사는 '한국에서 살면서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 · 북 분단"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그는 "지난주 평양에 갔다왔는데 부유한 남한과 달리 헐벗고 가난한 북한의 모습이 너무 가슴아팠다"며 "북한이 하루속히 남한의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뒤 직업외교관의 길을 걷게 된 유든 대사는 주한영국대사관 서기관과 참사관,미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등을 거쳤다. 한국인들과 소통을 위해 한국 생활을 담은 개인 블로그(http://blogs.fco.gov.uk/roller/uden)를 운영 중인 그는 지난해 6월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일파티에서 한국어로 연설을 하는 등 한국어 실력도 남다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