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화여대 수리물리과학부 1학년 양진영씨는 4년간 길러 허리까지 내려온 긴 생머리를 짧은 단발로 잘랐다. 30㎝가 넘는 양씨의 머리카락은 최근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진 한 어린이를 위한 가발로 만들어졌다. 항암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가발을 만드는 한 단체에 곱게 기른 머리카락을 기증한 것.양씨는 "중3 때부터 머리카락을 기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4년간 모발이 상하지 않게 파마나 염색 등을 꾹 참고 길렀다"며 "내 머리카락이 머리가 나지 않는 어린이를 위한 멋진 가발로 변신해 기쁘다"고 말했다.

#2. 고려대 김명원씨(국어교육과 4학년)는 최근 주말마다 서울 소재 아동보호시설 등을 돌며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어 선물로 주는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 동아리 등에서 활동하며 10년간 사진을 찍은 덕분에 준 전문가 실력을 가진 김씨는 "아직 대학생이라 돈으로 기부할 수 없어 사진을 잘 찍는 재능을 기부키로 했다"고 말했다.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해야 할 연말이 노동계의 파업 등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러웠지만 양씨와 김씨처럼 모발기부,재능기부,체력기부 등 무전(無錢)기부를 하는 대학생들이 영하의 날씨마저 녹이고 있다.

기부받은 머리카락으로 소아암 환자를 위해 가발을 만드는 단체인 '날개달기 운동본부'에는 연말을 맞아 한 달에 30명 이상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군대 가기 전 머리를 자른 대학생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한 사례도 있다"며 "덕분에 요즘엔 매달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예쁜 가발을 선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대학생도 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기획재정부와 복권위원회가 함께 실시 중인 '달란트(재능)기부' 캠페인에는 한 달 만에 1000여명이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이 캠페인의 참여자는 의료,교육,기술,예체능 등 9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공익 기관 등에 기부 신청하고 이에 맞는 봉사활동을 한다.

신체 건강한 대학생들의 체력기부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엔 연세대 학생 30여명이 서울 노원구에서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가한 한 학생은 "돈이 없어도 건강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남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