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가솔린(휘발유)이나 액화연료가스(LPG) 등 화석연료와 충전 전지 2가지를 동력원으로 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도요타가 지난 5월 출시한 '3세대 프리우스'는 한 달만에 일본 내에서만 20만대 가까이 팔려나가는 인기를 누렸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는 LPG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벤츠, BMW 등 명차 반열에 속하는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하이브리드차를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하이브리드차는 '최첨단' 기술이 반영된 '신세계의 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하이브리드 기술 이해도 또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크게 뜬 눈으로 바라볼 ‘경이의 대상’이 아닌, 여느 자동차의 형식 중 한 가지로 분류될 뿐이다.

도요타 브랜드는 지난 10월 국내에 상륙하며 출시한 신차 4종 중 절반인 2종을 하이브리드차로 꾸렸다. 대표적인 모델 '프리우스'와 중형세단 '캠리'의 하이브리드 버전이 그것이다.

'정통 하이브리드'의 이미지가 강한 프리우스와 대표모델 캠리 사이에서 '캠리 하이브리드'의 입지는 다소 모호하게 비쳐질 수 있다. 판매량 면에서도 그랬다. 지난 11월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캠리(451대)가 1위, 프리우스(141대)가 10위를 차지한 반면 캠리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50대에 그쳤을 뿐이다.

과연 그렇게 외면 받을 수준의 차일까, 가장 '대중적인' 차에 '대중화 된' 하이브리드 기술을 구현한 캠리 하이브리드를 직접 만나 도로 위를 달려봤다.

창문이 닫힌 상태에서 스마트키를 눌러 시동을 걸었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응당 들려와야 할 시동 소리가 나지 않는다. 계기반 중간에 '준비완료(Ready)'라고 쓰인 녹색 불이 켜 있을 뿐, 차는 '달려도 된다'는 신호를 주지 않는다. 차가 아니라 컴퓨터를 부팅시킨 기분이다.

변속기를 'D(주행)'로 옮기고 제동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가 움직인다. 미세한 전기모터 소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시 차를 세웠다. 완전히 바깥으로부터 밀폐된 기분일 정도로 고요하다.

복잡한 주차장을 시속 20km 이하의 속도로 헤집고 나왔다. 계기반에 표시되는 그래픽은 차가 움직이면서 휘발유와 전지 중 어느 동력원을 사용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휘발유는 단 한 방울도 쓰지 않았다. 차는 조용했다. 때때로 냉장고에서 들을 수 있었던 '위이잉'하는 모터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주차장 출구를 나서기 위해 창문을 열자 한 경비원의 "오는 줄도 몰랐네. 그거 '귀신차'로구만"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바깥으로 나와 본격적으로 도심을 달리자 주행 중 '부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력원을 휘발유 엔진으로 변환하는 소리다. 승차감은 부드러웠다. 노면의 충격은 다소 말랑말랑한 느낌의 서스펜션(차량 밑바닥 충격흡수장치)이 흡수했다. 속도를 붙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가속능력은 수준급이다. 안락함을 강조한 중형 세단이지만 속도를 내려고 마음 먹으면 곧잘 따라준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무단변속기를 탑재해 변속 충격도 느껴지지 않는다. 최고출력 면에서는 캠리 일반형(175마력)보다 높은 196마력의 힘을 자랑한다. 2400cc급 엔진에 고출력 전기모터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번갈아가며 쓸 때에도 승차감에 별 다른 영향이 없다. 서스펜션(바닥 충격흡수장치)은 푹신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다소 출렁거리는 느낌도 든다. 중장년층이 가족단위로 이동할 때 선호할만한 세팅이다.

하이브리드답게 연비는 훌륭하다. 캠리 일반형이 ℓ당 12km를 주행하는 반면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ℓ당 19.7km에 달한다. 실제로 65ℓ가 들어가는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450여km를 주행했지만 계기반에 표시된 연료 잔량은 절반 이상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준중형급인 프리우스(29.2km/ℓ)보다는 연비면에서 한참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큰 성능 저하 없이 대중적인 차량에 하이브리드기술을 이식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별다른 이질감 없이 무난한 일상 주행에 임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차다.

문제는 가격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590만원으로 캠리 일반형보다 1100만원이나 높다.
버튼 시동키가 추가됐다 해도 이 정도 차액을 지불하고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는 경우는 환경 보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낮은 판매대수도 이를 뒷받침한다. 내년 출시 예정인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에게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만한 대목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