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처갓집 기업인 자동차용 스프링 제조업체 대원강업의 우호세력으로 떠올랐다.

비상장 기업 고려용접봉이 대원강업 지분을 20% 이상으로 늘리자 일부 이사진의 임기 만료를 앞둔 대원강업이 자사주를 우호세력인 현대홈쇼핑에 넘긴 것. 현대홈쇼핑은 허재철 대원강업 대표이사 회장의 맏사위인 정교선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지난 3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대원강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460만주(지분 7.67%)를 주당 2035원씩 총 93억6100만원에 취득했다.

현대홈쇼핑 측은 이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 대표가 사장을 맡고 있는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홈쇼핑 측에서 결정돼 현대백화점으로도 보고된 사항"이라며 "전방 산업인 자동차 업황과 지난해 실적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1.0배 미만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대원강업의 투자매력이 있다고 회사 측에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현대홈쇼핑이 대원강업의 자사주를 매입하게 한 단초는 고려용접봉이 제공했다. 고려용접봉과 홍민철 고려용접봉 대표이사는 2007년 4월부터 대원강업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고려용접봉 측은 주식 매입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원강업 주식을 계속 사들여 지분을 22.93%(1375만8960주)까지 늘렸다.

대원강업 최대주주 측도 이에 맞서 지분을 늘려왔다. 고려용접봉이 등장하기 직전 31.79%였던 보유지분이 자사주 처분직전 44.60%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대원강업 최대주주 측 보유지분은 36.93%로 줄었다.

자사주 매각으로 최대주주 측 보유지분은 줄었지만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인 현대홈쇼핑에 넘김으로써, 우호지분을 포함한 의결권 지분은 기존 38.99%에서 43.74%로 늘어나게 됐다.

대원강업이 우호세력을 영입해 의결권을 늘린 것은 이사 선임 때문으로 보인다. 대원강업 이사회 10명(상근이사 7명, 비상근이사 3명) 가운데 5명과 감사의 임기가 2010년 3월로 만료된다. 2009년 결산 정기주총에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려용접봉 측의 많은 지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고려용접봉 관계자는 "공시한대로 단순투자 목적에서 대원강업 지분을 매입했다"며 "이사나 감사 선임 요청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대원강업 관계자도 "고려용접봉으로부터 이사나 감사 선임에 대한 요청은 없었다"며 "자사주 매각과 직원들 보유주식까지 우호지분이 50%를 넘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오정민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