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대상] "모든 보고서는 한장으로…일하는 방식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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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상-포스코 정준양 회장
"일상업무에 스마트폰 기술 도입, 이메일 보고 활성화, 권한위임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 봅시다. 책상 없는 사무실, 재택근무 등도 생각해 봅시다. " 잘나가는 IT 또는 컴퓨터 게임 회사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 9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일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부서별 그룹 리더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정 회장이 포스코의 일하는 방식을 확 바꾸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문서는 한 장으로 작성하라"고 주문하는 그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일하는 방식을 스마트 워크(smart work)로 바꿔야 한다"며 포스코의 고유 업무모델 개발을 강조했다.
포스코가 새 업무 방식으로 가장 먼저 실행에 들어간 것은 '한 쪽짜리 보고서'. 직원들이 하루 업무 시간 중 3분의 1 이상을 문서 작성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보고서 작성에서 '3 Step'과 '3S 원칙'을 주문했다. '3 Step'이란 한 쪽짜리 보고서를 세 부분으로 나눠, 첫 부분에는 보고의 목적과 핵심 결론을, 두 번째는 결론의 근거, 세 번째는 향후 실행계획을 담아야 한다는 것. '3S'는 표현을 짧고(short), 이해하기 쉽고(simple), 명확하게(specific) 해서 설득력을 갖추라는 주문이다.
지난 9월 포스코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과 창의문화 조성을 위한 공간인 '포레카(POREKA)'를 개관한 것도 새 업무방식을 만들기 위해서다. 포레카란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EUREKA)'를 '포스코(POSCO)'와 결합한 것으로 포스코의 문제 해결의 장이란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변화는 정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창조경영과 맥이 닿아있다. 창조경영이란 고유제품과 독자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생산기지와 마케팅 영역을 세계 무대로 확장하고, 신사업 구축과 성장축 다변화를 위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도전정신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포스코 미래성장전략실에서는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10월부터 1개월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의 자유롭고 신선한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기존모델의 획기적인 발전 아이디어'와 '신사업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포스코는 본연의 사업인 철강 외 분야도 포함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가 최근 순천만 생태공원에 건설키로 보도된 소형 경전철은 신사업 기술개발로 사업화한 예이다.
포스코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존의 철강 외에도 에너지,소재,자원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존 사업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의 창조적 전환(Creative Transformation) 능력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선을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돌리는 글로벌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총 13개국을 돌았다. 해외 출장 비행거리는 10만여 마일.지구 두 바퀴 반을 돌 수 있는 거리라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창조경영의 뿌리는 정도경영에 있다고 보고 포스코가 계속해온 사회공헌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법인카드 사용 시 발생하는 마일리지(포인트)를 사회공헌기금으로 활용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선물반송센터 접수물품 경매, 사외출강 강사료, 지식마일리지 보상금 등에 이어 법인카드 마일리지가 포스코의 사회공헌기금 재원으로 추가된 것이다.
포스코는 이렇게 조성한 사회공헌기금으로 지난달 '연말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행사를 가졌다. 8개 출자사, 4개 공급사 임직원 가족 등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서 담근 김치는 포스코 임직원들이 평소 봉사활동을 펼치는 청암요양원을 비롯, 350여 빈곤 가정과 12개 지역아동센터, 무료급식소, 독거 어르신에게 전달됐다.
정 회장은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포스코 임직원의 생활이 됐다"며 "나눔의 문화가 포스코 패밀리 차원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봉사지역도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 해외로 넓혀가고 있다. 국내외 인재 양성이나 중소 협력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정도경영의 한 사례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규모(4000억원)의 중소기업 상생펀드를 조성,외주 협력사들의 노후설비 교체용 자금으로 600억원을 대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