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북한을 방문한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 · 미 간 첫 고위급 접촉인 만큼 북 · 미관계는 물론 6자회담,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을 갖는다. 두 사람은 13년 전 경수로 협상 때 만났다는 점에서 구면이다. 이번 북 · 미회담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여부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성사여부,평화협정 논의 가능성 등 3가지다.


이번 방북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힐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즈워스의 방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보즈워스의 이번 방북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제한적인 양자대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가역적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의 '선(先)6자회담 복귀,9 · 19공동성명 이행'이란 원칙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를 계속하면서 지속적인 북 · 미 양자회담을 촉구할 것으로 보여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하면 (관계정상화)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도 관계정상화와 관계된 사안인 만큼 협상목표를 먼저 얘기하고 진전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 · 미 간에 평화협정 관련 논의가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북 · 미 간 평화체제 수립'을 촉구했다. 한 · 미 동맹을 파기하고 주한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게 북한의 논리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맞거래'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북 · 미 양자대화의 목적은 6자회담 재개이며 평화협정 문제는 이 대화의 의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대표와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성사 여부도 관심사다. 보즈워스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거나 김 위원장을 전격 면담하게 되면 양측 최고지도자 간의 '간접대화'가 성사되는 셈이다. 미국은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직접 확인할수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건재를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을 크게 기대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판단이다. 보즈워스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북한과 통큰 협상을 하기에는 격(格)이 낮다는 점에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