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대우건설 풋백옵션 한 달만 연장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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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5일 하루만 '행사'
기존 계약내용은 유지‥사모펀드 수용여부 관심
기존 계약내용은 유지‥사모펀드 수용여부 관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풋백옵션 행사기한과 관련,3개월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던 방안을 철회하고 한 달 유예를 요청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풋백옵션은 2006년 6월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FI를 끌어들여 주당 2만6200원에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토록 하고 3년 뒤 주가가 연 9%의 복리수익률을 기준으로 한 3만1500원까지 오르지 않을 경우 이를 되사주기로 한 약속이다.
금호그룹은 7일 일부 FI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풋백옵션 행사를 다음 달 15일로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풋백옵션 계약서에는 올해 12월15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한 달간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행사 날짜를 계약서상 마지막 날인 1월15일로 해달라는 것이다. 계약서 내용은 바꾸지 않은 채 사실상 한 달을 유예하는 타협안이다.
FI 관계자는 "금호가 기존 계약서를 건드리지 않는 조건으로 M&A(인수합병) 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수정안을 제시했다"며 "대우건설 매각을 낙관하면서 연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고 말했다. FI들은 금호그룹의 수정안에 대해 법리상 해석과 내부 의사결정 등을 거쳐 오는 14일까지 통보할 예정이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협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매각대금을 내년 2월 중순까지 받아 FI들에게 지급하는 한편 풋백옵션 행사가격(3만1500원) 간 차액은 예정대로 내년 6월15일까지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문제의 핵심인 대우건설에 대한 풋백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산은의 입장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은은 2006년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에는 FI로 참여하지 않았으나 D증권과 생명이 옵션을 유동화한 2000억원 규모의 증권(ABS)을 발행할 당시 채권등급을 높이기 위해 신용을 제공했다. 금융권에서는 ABS를 인수한 기관이나 개인이 애초의 투자수익률을 얻지 못할 경우 이를 보증한 산은이 책임을 지게 되는 만큼 산은이 사실상 FI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고 보고 있다.
금호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투자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접 자기자본으로 대우건설에 투자한 은행은 물론 사모펀드도 주채권은행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은 풋백옵션 행사를 늦춰달라는 금호의 요청에 긍정적이다.
반면 사모투자펀드의 경우 투자자와 맺은 약정을 변경해야 하고,이를 어길 경우 자칫 배임으로 고발당할 수 있어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특히 미래에셋파트너스3호와 팬지아데카,KTB사모투자펀드 3곳의 투자금액만 1조4000억원에 달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중 미래에셋은 단일 투자자로서는 최대 규모인 6000억원을 투자했다.
은행권은 옵션이 행사될 경우 금호산업의 채무가 확정되면서 금호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사모펀드는 이 같은 부담은 없지만 옵션의 법적 지위가 무담보 채권에 불과해 채권회수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