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엿새째 계속된 급등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8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의 매수기조 유지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기관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7거래일만에 1630선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미국경제 역풍 우려 발언이 그렇지 않아도 급등 피로를 느낄만한 코스피지수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저항선인 60일 이동평균선(1624)을 단숨에 뚫고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현재 상황 이후의 증시 흐름에 모아지고 있다.

지수가 빠른 속도로 기존 박스권 상단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기술적인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지 아니면 강세 지속에 무게를 두고 추가적인 베팅에 나서야 할지 고민에 빠졌을 수 있다.

일단 증시 전문가들은 추가 반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임동락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주가 연말 미니랠리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관문"이라며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60일선 부근인 1630선 안착시도가 자신감 회복의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 사태로 주요 국가들의 출구전략 논의가 더욱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양호한 유동성 여건에서 정부 부채가 낮고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신흥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투자매력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기술적 부담으로 인한 조정압력 내지 속도조절을 병행해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상승흐름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짧은 기간동안 크게 오른 만큼 단기적인 기술적 부담감을 감안하되 추가 반등 기대감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말 이후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60일 이동평균선을 전날까지 이틀째 웃돈 코스피지수는 점차 기술적인 안착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호전된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상승 시도가 연장될 공산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모멘텀 공백과 거래부진에 따른 기술적 변동성을 감안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보다 큰 틀에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주말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 고용지표를 확인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추가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재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 유입과 국내증시의 상대적인 저평가 메리트 부각도 지수 복원력이 조금 더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새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현재 국내증시 상황과 관련해서는 단기 강세 흐름에 순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6거래일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부담스럽지만 이를 장중 조정형태로 해소해 나가고 있어 지금의 강세는 조금 더 연장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큰 흐름에서는 경기 모멘텀 둔화와 미국의 본격적인 소비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추세적 상승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우려를 넘어서며 강세를 지속하는 시장에는 반대로 맞서기 보다 짧게나마 시장흐름에 편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않다.

고질적인 증시 체력 저하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이고 미국 증시의 상승 엔진이 식고 있다는 분석도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투자유인이 급격히 소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코스피시장 거래량은 2조6570만주로 연중 최저치 수준을 보였고, 거래대금도 3조9287억원으로 엿새만에 또다시 4조원대 아래로 내려앉았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었던 미국 증시 강세 지속 여부도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미국 증시가 표면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최근 상승세의 '엔진'을 점검한 결과 "강세장이 늙어가는 신호들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미국 증시의 급락 징후는 없지만 상승세의 원동력이 약화되고 있고 내년엔 문제가 될 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고, 증시 거래량도 급감하는 등 그동안 지속된 상승장세의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민상일 이트레이드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증시는 내년 1분기 호실적을 선반영하며 줄곧 강세 흐름을 탔지만 피로감이 누적돼 기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 증시 상승세가 둔화될 경우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들의 수급도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또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100포인트 이상 급등한 만큼 차익매물에 따른 기술적 조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다만 연말까지 뚜렷한 매수주체가 부각되며 박스권 상단을 뚫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내년 1월 실적시즌까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