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고용은 경기에 후행한다고 하지만 3분기 연속 성장률 등 지표가 좋아지는데도 고용사정은 정체 상태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세계 경기도 동반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고용시장엔 찬바람이 여전하다. 세계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의 덫'에 단단히 걸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용악화가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최대 아킬레스 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 방향의 초점을 고용회복에 맞추는 것이나,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국내 실업률 착시,고용률은 OECD 최저

매월 발표되는 국내 실업률 수치만 보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률은 올초 한때 4%까지 올랐으나 하반기 들어 3%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착시일 뿐이다. 실업률 통계에는 허수가 많기 때문이다. 10월 현재 공식 실업자는 79만9000명이지만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된 구직단념자 등 취업애로층은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정부 지원에 따른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면서 고용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특히 사회초년병인 청년층의 실업률은 7~8% 수준에 달해 2차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실업률(9월 기준 8.6%)에 육박하고 있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은 미국 호주 등 선진국보다 낮고,일본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OECD 회원 30개국 가운데 22~23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고용이 정체 수준이라도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 투입 효과가 크다. 이마저도 없었으면 고용은 다른 경기지표와 정반대로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분야별 취업자 증감 현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10월의 경우 청년인턴이나 희망근로사업 등 정부 일자리 예산지원 프로그램으로 공공행정 일자리는 33만2000개 늘었지만 민간 제조업과 건설업은 각각 8만7000명,14만7000명 감소했다. 더구나 청년인턴제나 희망근로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종료되는 연말에는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 실업률도 고공행진

11월 미국 실업률은 10.0%로 전달(10.2%)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본격 개선된다고 판단하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7일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내년에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실업률 개선 속도는 기대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3일 백악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토론회에서 "고용을 늘리라"고 민간기업을 압박한 데 이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자금(TARP)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2000억달러를 일자리 창출에 할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도 실업률 상승세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10%에 육박하고 있다. 유로존의 실업률은 지난해 6월 7.4% 이후 1년4개월 동안 줄곧 오름세를 보여왔다. EU집행위원회는 내년 유로존과 EU 전체 실업률이 각각 10.7%와 10.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영국 등 유럽의 청년 실업률은 이미 20%에 육박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은 지난 7월 실업률이 5.7%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5.5%(8월) 5.3%(9월) 5.1%(10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일본 총무성은 "고용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종태/박성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