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의 친환경차 시장 공략 전략이 드러났다. 오는 2020년까지 10년 동안 하이브리드카(HEV)를 앞세우겠다는 게 골자다. 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갈수록 커지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당분간 하이브리드카 판매에 집중하되 전기차와 수소차 등의 양산체제도 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 당장 현실화 어려워

이기상 현대차 하이브리드카 개발실장(상무)이 8일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카→2030년까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PHEV)→그 이후 전기차'라는 친환경차 판매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차가 친환경차에 가장 어울리는 모델이기는 하지만 대용량 배터리 등 핵심 요소 기술의 발전 단계상 가까운 시일 안에 대중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상무는 "아무리 연료값이 들지 않는 전기차라고 해도 경차를 6000만원에 살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술이 발달해 전기차 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대중화가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만큼 기술적으로 전기차의 대중화를 준비하면서 당분간은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상무는 "일본이 현재 성능보다 7배,가격은 40분의 1까지 내린 배터리 개발을 2030년까지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완성차 업체,배터리 전문 기업,정부,학계 등 일본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도 전기차의 대중화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일 하이브리드카 시장 열려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하이브리드카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도 현대차의 친환경차 로드맵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요타가 올해(9월까지 누계) 14만4351대의 HEV를 팔아 시장 점유율 65.4%를 차지하고 있다. 혼다는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2만9958대를 판매했다. 포드도 쏘나타와 동급인 중형 세단 '퓨전 하이브리드'를 내세워 2만6016대를 판매,전년 동기 대비 7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첫 하이브리드카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역시 하이브리드카가 대세다. 중국 3위권 토종 업체인 디이자동차는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 승용차 1만1000대,하이브리드 버스를 1000대 생산할 것이라고 올초 발표하기도 했다. KOTRA 베이징KBC가 현지 언론 발표를 종합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가운데 하이브리드카의 비중은 2012년까지 10%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프리우스,인사이트 등 HEV가 매달 판매 순위 1,2위를 휩쓸고 있다.

이 상무는 "노무라연구소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HEV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2%에서 2020년 21%로 높아질 것"이라며 "2020년 EV와 PHEV의 비중은 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시장을 겨냥해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를 선보인 데 이어 내년 하반기엔 북미 시장을 겨냥해 '신형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의 기초

기술적으로도 HEV가 다른 친환경차의 근간이라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이다. 이 상무는 "하이브리드카에서 노하우를 쌓고 관련 부품 업체를 육성하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로 언제든지 넘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2030년까지 완성차 업체의 입장은 (친환경차와 관련) 복합적 대안의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말해 HEV 외에 다른 친환경차에 대한 개발도 병행할 것임을 내비쳤다. 어느 하나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지속가능발전보고서에서 HEV보다 한 단계 진화하고,전기차의 직전 단계인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를 2012년 말 양산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블루 윌'이라는 컨셉트카도 선보였다.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전기차로 개조한 'i10'을 내놓기도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