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 불완전판매를 검사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보험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과 이로 인한 영업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가 처벌강화 위주로 흐를 경우 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보험사 CEO도 처벌

강영구 금감원 보험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검사 · 감독역량을 소비자 보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감원의 보험모집조직 전담팀을 불건전행위 전담 검사팀으로 개편해 문제가 포착되면 즉시 현장검사를 나갈 예정"이라며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CEO 등 경영진에 책임을 강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집인의 잘못이나 개인의 영업방식 등을 이유로 넘어가던 관행을 없애겠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염두에 두고 있는 불완전판매의 대표적 사례는 실손보험 중복가입 문제였다.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용만 보상하기 때문에 여러 상품에 중복 가입해도 보장이 더 많이 되지 않는데 보험사들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팔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중복가입자가 1700만명 중 10%가 넘는 211만명에 달했다.

금감원은 또 홈쇼핑이나 케이블TV 광고를 통한 불완전판매도 적극 규제키로 했다. 강 본부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홈쇼핑 등을 통한 허위,과장광고에 수입보험료의 20%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이 들어있다"며 "법 통과에 앞서 협회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나친 처벌 강화" 부작용 우려

보험업계는 불완전판매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처벌 만능주의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다른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3년간 제한된다. 실손보험 중복판매 실태조사에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진 모 손보사의 경우 기관경고를 받으면 현재 추진 중인 저축은행 인수를 접어야 한다. 실손의보 관련 징계건이 오는 17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되는데,손보사 두 곳이 기관경고를 받는 등 10개 손보사 전체가 강력한 징계를 받을 것이란 얘기가 금융당국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보 중복가입의 원인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인데 기관경고 사안이 아니다"며 "특히 고지의무는 상법에 따르면 고객에게 있기 때문에 회사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감원에 들어온 실손의료보험 중복관련 민원은 50여건에 불과하고 금액도 건당 1만원 미만이 많다"며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추세에 맞춰 보장한도를 늘리기 위한 추가가입 성격의 계약까지 불완전판매로 모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 기준도 논란거리다. 중복가입 중 당장 조사가 가능한 자사 중복(같은 회사 내에서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한 것)만 따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는 소비자 옹호,감독 강화는 처벌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