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이 출범 10주년을 맞아 주최한 '제5회 오케스트라의 신바람 음악회'가 8일 성대한 막을 내렸다. 이날 음악회에는 1000여명의 관객들이 찾아 공연장을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메웠다. 이날 공연에서는 어떤 곡들이 연주됐으며 관객들이 공연을 바라본 소감은 어떠 했을까.

○…공연이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 주변은 공연시작 1시간 전부터 이곳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를 주제로 한 이번 공연의 관객 연령층은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은 관객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국내외에 많은 팬들을 보유한 피아니스트 서혜경 줄리아드 음대 박사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하는 젊은 음악 애호가들도 있었다.

공연을 30여분 남겨둔 시각, 무대에 오를 준비에 한창인 출연진들이 대기실에서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웅성이던 관객들 일부는 이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얼굴에서 퍼져가는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절반은 다채로운 색상의 한복을, 절반은 연미복을 차려입은 서울시빅오케스트라의 등장에 객석은 잠시 조용해졌다. 이어 관객들은 힘찬 박수에 격려를 실어 보냈다. 첫 곡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폴카 '천둥과 번개', 우레와 같은 북소리가 공연 시작을 알렸다. 정성수 지휘자가 역동적인 몸짓으로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객석에 아름다운 선율을 퍼뜨렸다.

이어 국악실내악단과의 협연이 시작되자 객석 일부에서는 조용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리나라 전통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흥을 돋우기 시작했다. 객석에서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개고 앉아있던 한 노년의 남성관객은 경쾌한 선율에 맞추어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다음 무대에는 인기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무대 위에 오르며 공연에 열기를 더해갔다. 김 씨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와 뮤지컬 '캣츠' 삽입곡 '메모리즈'를 연달아 불렀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곡들을 선보여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곡인 '아이 갓 더 리듬'은 경쾌한 템포의 팝송으로,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등 가수의 열창에 성원을 보냈다.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국악실내악단이 들려준 우리 국악의 전통 선율이었다. '영산회상' 중 '타령'과 '군악'을 전통악기를 통해 서정적으로 표현하며 첫 번째 무대를 차분히 마무리했다.

10분 남짓의 휴식 시간 동에도 관객 상당수는 자리를 뜨지 않고 1부 공연에 대한 저마다의 소감을 나눴다. 한 여성관객은 "국악과 클래식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며 "기존 음악회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이채로운 구성을 보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2부의 막을 연 것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자크 오펜바흐의 '캉캉'이었다. 빠르고 경쾌한 이 곡의 리듬은 관객들이 1부에 보였던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그대로 이어나갔다.

관객들과 출연진이 뿜어낸 열기가 가득 찬 공연장은 서혜경 피아니스트의 특별 무대에서 꽃을 피웠다.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로 몸을 감싼 피아니스트가 무대 중앙 그랜드피아노에 앉자 객석에는 순간 정적이 감돌기도 했다.

서 피아니스트는 지난해 방영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하는 등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연주인이다. 그의 손가락은 한 열성팬이 100만달러의 보험을 들기도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과연 '명불허전'이랄까. 그의 열 손가락이 열성적으로 빚어내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객석의 열띤 환호를 불러왔다. 그는 올해 초 선보인 소품집 '밤과 꿈(Night and Dream)' 수록곡 등 네 곡을 기탄없이 연주해 나갔다. 서 피아니스트의 무대가 끝난 후 팬으로 보이는 일부 관객들은 음악에 잔뜩 심취한 표정을 지은 채 끊임없는 갈채를 보냈다.

○…클래식과 전자음악의 '크로스오버'를 추구하는 악단 '코리안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는 전자 바이올린과 전자 첼로를 이용한 특색 있는 연주로 객석에 즐거움을 안겨줬다. 이들은 마지막 연주곡인 '도라지를 주제로 한 즉흥곡'을 통해 곡목 그대로 신들린 듯 즉흥 연주를 선보이며 무대를 마무리 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영화 '서편제'로 유명세를 얻은 오정해 명창. 그는 '명창'이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듯 작은 체구에서 구성진 가락을 뽑아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첫 곡이었던 국악가요 '꽃분네야'는 홀로된 미망인 '꽃분네'가 먼저 세상을 뜬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구전민요다. 한껏 목청을 울리던 오 명창은 노래뿐만 아니라 표정에도 애잔함을 가득 담았다. 이어진 국악가요 '배 띄워라'와 '진도 아리랑'은 오 명창이 평소 공연 때 즐겨 부르는 곡으로, 우리 국악의 참된 모습을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국악실내악단과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아리랑'의 변주곡이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가락에 맞춰 관객들은 한껏 공연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곡 단조로 시작해 랩소디(자유로운 환상곡풍의 기악곡), 또 환상곡으로 이어지는 아리랑 변주곡은 연주 전반적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했다. 악단과 오케스트라는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공연을 피날레로 이끌어갔다. 이윽고 마지막을 알리는 합주음이 객석을 울리자 관객들은 이전까지 들려왔던 것 중 가장 큰 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나도 한 동안 자리에 머무르던 관객들은 하나 둘씩 한 겨울의 추위로 가득 찬 밤거리로 향했다. 자리를 나서던 한 관객에게 오늘 공연에 대한 소감을 묻자 "평소 좋아하던 음악인들이 나와 기대를 갖고 공연장을 찾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음악회였다"며 "구성 면에 있어서도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레 이어가 매우 수준 높은 연주회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다른 관객은 "마치 잠시 동안 꿈을 꾼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한경닷컴'의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특별출연한 서 피아니스트는 공연 직후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고 공연 전반적으로도 짜임새 있고 수준 높은 구성이었다"고 총평을 전한 후 "한국 유수의 언론사에서 마련한 멋진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경닷컴의 1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는 축하말을 남겼다.

글=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