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10월 이후 두 달간 지루한 조정을 받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장사는 끝났다"란 얘기가 간간이 흘러나왔다. 올 증시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했던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도 4분기부터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연말 랠리'에 대한 희망도 지난달 25일의 '두바이 쇼크'로 물건너 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는 조짐이다. '연말 랠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니 연말랠리'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의 소비회복 여부,각국 중앙은행 및 정부의 출구전략,달러약세 지속 여부 등 각종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아 신중한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박스권 탈출 기대감 솔솔

지수가 두바이 사태를 딛고 지난 3일 1600선을 다시 회복하면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지수가 반등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두바이 사태 당시의 낙폭을 만회하는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짙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주요 저항선인 20일 이동평균선(1598)을 가뿐히 넘어선 데다 수급선으로 불리는 60일선(1623)마저 넘나들면서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무엇보다 올해 우리 증시의 주도주 역할을 했던 IT(정보기술)주와 자동차주 등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대표 IT주와 현대차 등은 이달 들어 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증시 상승의 주된 동력이었던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지난달 '깜짝 회복세'를 보인 점도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소비회복 · 실적개선주 주목

향후 실물경제의 주요 흐름은 '경기 확장국면 진입'과 '성장강도 둔화'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우선 올해 3분기부터 시작된 경기회복세가 앞으로는 보다 완연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연간 경제성장률도 올해는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는 수준이지만 내년엔 4~5%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소비회복 수혜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실적회복이 소득증가로 이어져 향후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거시지표 개선과 소비심리 안정을 바탕으로 올해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증가가 내년에는 중산층 이하로 확대될 것"이라며 "내수 소비재 관련 종목들은 내년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실적 모멘텀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회복의 주요 수혜주로는 현대백화점,CJ제일제당,LG패션,하나투어 등이 거론된다.

경기가 확장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성장강도는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회복 모멘텀을 나타내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정체 혹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또 내년엔 올해와 같은 높은 원 · 달러 환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기업들의 실적도 차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에 대한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대한항공 제일기획 현대해상 하이닉스 등이 꼽힌다. 대한항공은 경기부진과 신종플루 등으로 억제됐던 여행 수요가 내년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고,제일기획의 경우 광고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선호주 · 테마주도 관심

대우증권은 올해 주식시장의 특징을 '외국인의,외국인에 의한,외국인을 위한 장세'라고 요약했다. 특히 내년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져 외국인이 증시 수급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주식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출구전략 공조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단기간에 매도로 돌아서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에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종목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될 종목으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SDI 현대차 등을 꼽았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IT업종과 자동차 업종 블루칩들이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오는 16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열리는 것을 계기로 녹색 성장주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녹색은 테마가 아닌 장기 성장산업"이라며 "실제로 실적개선이 나타나고 있는 녹색 성장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녹색성장과 관련한 유망주로는 LG화학 삼성전기 소디프신소재 휴켐스 등이 꼽힌다. 이 밖에 연말까지는 SK텔레콤 KT 강원랜드 웅진씽크빅 등 전통적인 고배당주도 투자대안으로 빼놓을 수 없다. 보통 배당주들은 11월에 강세를 보이는데 올해의 경우 상대적으로 11월에 주가 상승폭이 작아 당초 예상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