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클루'라는 브랜드로 활동하는 이진(44 · 왼쪽) · 이승배씨(35),'준지(Juun J)'라는 브랜드를 파리 · 밀라노 컬렉션 무대에 선보인 정욱준씨(40 · 오른쪽) 등 2개 팀이 뽑혔다. SFDF는 제일모직이 2005년부터 한국 패션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매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2~3명을 발굴,각각 10만달러를 지원하는 제도다.

9일 서울 수송동 제일모직 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진씨는 "디자이너 개인이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지원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지원금은 우리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더욱 널리 홍보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UC버클리에서 석사(동아시아학)를 마친 뒤 1993년부터 국내 패션업체 한섬에서 8년간 일했다. 파트너 이승배씨는 파리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뒤 현지 브랜드 '마틴 싯봉'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한섬에 입사해 이씨와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세계 무대 진출에 의기투합해 2004년 LA에 '인터내셔널 크리에이티브스'를 설립하고 브랜드 '클루'를 론칭했다. 첫 컬렉션에서 현지 유명 리테일러인 론 허먼의 눈에 띄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현재 바니스 뉴욕,버그도프굿맨,삭스 피프스 애비뉴,하비니콜스,래인크로퍼드 등 유명 백화점과 편집숍 120여곳에 입점해 있다. 여성복으로 출발했지만 지난봄 남성복 라인까지 선보이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클루'는 평범한 캐주얼인 티셔츠를 최고급 의류와 매치할 수 있는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티셔츠'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씨는 "가장 미국적인 아이템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면을 재조명하고 싶어 클루를 론칭했다"며 "기존 아이템과 믹스해 입는 사람에게 맞게 해석하는 '다양성'이 클루의 디자인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심플하지만 고급스럽고 독특한 실루엣의 티셔츠가 특징으로 기네스 펠트로,우마 서먼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도 즐겨 입는다.

또 다른 수상자인 정욱준씨는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뽑혔다. 정씨는 "지난해 지원금 중 일부는 남성복에서 중요한 요소인 소재 개발에,나머지는 매번 1억원 이상 드는 파리 컬렉션을 여는 데 유용하게 썼다"며 "지난 1년간 다양한 활동들이 좋은 성과를 내 이 같은 영예를 다시 안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브랜드 '준 지'는 남성적인 강인함이 특징인 트렌치 코트가 대표적 아이템.서울 에스모드를 졸업하고 1999년 국내에서 '론 커스텀'으로 출발했다. 2007년 6월부터 제2의 브랜드 '준 지'로 파리 무대에 입성,매년 유력 패션지들 사이에서 '주목해야 할 신인 남성복 디자이너'라는 평을 얻고 있다. 또 리복 운동화,린다 패로우 선글라스,스피도 수영복,크리스&티보 백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다양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제일모직의 SFDF는 그동안 총 10팀에 140만달러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