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10분 '마녀들의 마법' …프로그램 '사자' 쏟아져 급반등


올해 마지막 ‘쿼드러플 위칭데이’(네마녀의 날)를 맞은 10일 국내 증시는 막판 유입된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수에 힘입어 단숨에 165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들이 주식과 선물을 1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코스피지수를 한때 1610선까지 끌어내렸지만 연말 배당을 노린 기관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막판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금융통화위원회의 ‘출구전략’ 시사발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극복해낸만큼 연말까지 양호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변동폭 40포인트 달해

이날 코스피지수는 10일 18.56포인트(1.14%) 급등한 1652.73으로 거래를 마쳤다.코스피지수가 1650선을 회복하기는 지난 10월26일(1657.11) 이후 한달반만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도 7조656억원으로 같은달 5일(7조1013억원) 이후 처음으로 7조원대를 기록했다.

강보합으로 출발한 지수는 금통위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대한 부담감으로 투자자들이 눈치보기에 나선 가운데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매도에 밀려 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한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선물을 팔아치우며 선물가격 하락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했다.

특히 전날 유입된 4000억원 가량의 매수차익거래 물량이 청산되면서 하락 압력을 더했다.

외국인은 현물 시장에서 123억원을 순매도했고, 선물 시장에선 1조823억원 매도 우위로 마감했다.

장 마감을 한시간여 앞둔 2시경까지 1% 넘는 하락세를 보이며 1612.71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가 잠잠해진 틈을 타 비차익거래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한시간만에 장 중 낙폭을 모두 만회한 지수는 마감동시호가 때 무려 800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마감과 동시에 20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차익거래로 6470억원의 매물이 쏟아졌지만 비차익거래로 1조1527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매물을 모두 소화해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대규모 매도공세로 선물 가격을 떨어트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선물을 매수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값싼 다음월물을 매수하는 대신 주식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롤오버(이월) 조건이 더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이 비차익거래를 이용해 바스켓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보험 등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기관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비차익거래로 대거 사들였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보험권의 순매수 금액은 2036억원으로 올들어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연말까지 추가 상승 기대 커져

국내 증시가 굵직한 이벤트들을 무사히 통과한데다 심리적인 매물대를 넘어서고 있어 연말까지 추가 상승도 기대할만 하다는 분석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조기 ‘출구전략’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막판 반등으로 회복됐다”면서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는 글로벌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극복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내년 경제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고 있고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추세가 흔들릴 염려는 없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매수세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는 일시적으로 반등하고 있는 달러화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추정된다”면서 “아직 종목별 주가흐름이 좋아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말 기관들의 ‘윈도드레싱’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피해 내년 1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