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선보인 준대형 세단 'K7(케이세븐)'은 5년 이상의 연구 기간 동안 총 4500억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모델이다.

기아차는 K7의 많은 부분에 '최초'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K7은 기아차가 처음 내놓는 준대형급 신차로, 최신형 플랫폼을 현대자동차보다 앞서 적용했다. 수입차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편의사양을 탑재했다. 차명(車名)으로는 기아(KIA)의 이름을 건 'K'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부여했다. 때문에 K7은 기아차에게 있어 하나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여겨졌다.

출시 전부터 외관 사전공개, 드라마 간접광고(PPL)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K7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현재까지 호의적이다.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1개월만에 계약대수 1만대를 넘어섰다. 준대형급 차량으로는 이례적인 반응이다.

지난 9일 남해 한려수도공원 일대를 달리며 기아차 스스로 '총력을 기울인 야심작'이라 자부하는 K7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굵직한 선으로 그려낸 '육감적인' 몸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부사장(CDO)이 주도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강인함'을 강조했다. 목표 연령층은 30~40대로, 차별화 된 개성을 원하는 준대형급 차량 내지는 수입차 잠정 구매자가 타깃이다. 기존 준대형 구매층보다는 연령층을 조금 내려잡았다.

측면부를 보면 차체의 허리 부분(벨트라인)을 한껏 높여 역동성을 강조했다. 앞부분 전조등은 면발광 방식의 간접조명을 적용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하단 안개등도 전조등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일체감을 추구했다. 뒷모습은 범퍼와 일체화 한 듀얼 머플러(이중 배기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반적으로 과도한 '치장'을 줄였고 단순하면서도 선이 굵다. 언뜻 '육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차체다. 준대형 세단에게는 필수 요소인 '고급스러움'과 기아차가 중점을 두고 있는 '스포티함'의 조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개발진의 고충의 흔적이 느껴졌다.



차에 올라타 내부를 살펴봤다. 외관이 절제미를 보여준다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페시아(A/V시스템이 장착된 중앙부)에서부터 좌우로 퍼져가는 크롬재질의 장식은 화려하다. 운전석 머리 위부터 뒷좌석까지 이어지는 길쭉한 무드램프는 K7 내부의 백미로 꼽힐 만하다.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썼다. 운전대에 손바닥을 올리자 열선을 통해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운전대를 움켜쥐니 손톱이 맞닿는 부분에 고무를 대어 거슬림이 없었다. 적재공간도 넉넉하다. 451ℓ의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와 보조백 4개를 넣을 수 있다.



◆'수입차 덤벼라' 운전 재미 담은 동력성능

3500cc급 6기통 엔진을 탑재한 'VG350'의 최고출력은 290마력에 달한다. 기아차가 K7의 경쟁상대로 지목한 렉서스 'ES350(277마력)'을 웃도는 수치다.

중후한 시동소리를 뒤로 하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출발은 얌전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이자 지금껏 3500cc라는 배기량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순간적인 가속능력은 무난한 수준이지만 본격적으로 고속주행에 들어서면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제 흥에 겨워 질주하는 야생마에 올라탄 기분이다.

승차감은 기존 국산 준대형급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역동성에 주안점을 뒀다.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차량 밑바닥 충격흡수장치)과 기민하게 반응하는 핸들링이 특징이다. 코너를 공략할 때에도 마음먹기에 따라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펼칠 수 있다. 유럽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과 비슷한 느낌이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자동'과 '스포츠' 2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힘껏 달려보니 차량은 운전자에게 약간의 긴장감마저 느끼게 했다. 이는 안락함을 강조하며 다소 출렁이는 느낌에 둔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존 준대형차들과 차별화 한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운전이 재밌다'는 기분을 준다.

◆'당신은 나의 주인' 車와 인간의 교감

K7 개발을 주도한 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측에 'K7에서 가장 내세우고 싶은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자동차와 인간의 교감을 실현시킨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마트키를 들고 다가가면 차는 사이드 미러를 활짝 펴고 전조등을 깜빡이며 주인을 맞이한다. 시동을 걸면 계기반 중앙 정보표시 시스템은 기아차 로고를 반짝이고 '환영한다'고 말하는 듯 경쾌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발밑을 바라보니 가속페달과 제동페달이 위치한 곳에 조명이 켜져 있다. 대시보드의 붉은 빛 무드조명도 운전자를 반긴다. 한 번 사게 되면 대략 10년 이상을 함께하는 차와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제법 매력적이다.



K7과 함께 한 하루는 즐거웠다. 각종 첨단기능을 조작하고 있자니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이 차를 타고 등장하는 첩보요원이 된 기분도 든다. 아드레날린을 분출케 하는 역동적인 주행성능과 미려한 외관. 기존 준대형급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편의사양 등 감성적인 면모는 진일보한 기아차의 자동차 개발능력을 입증하는 본보기다.

주목되는 것은 향후 기아차의 행보다. 기아차는 K7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K시리즈'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미 중형세단 '로체'의 후속모델과 현대차 '에쿠스'급의 대형세단이 개발 중에 있어 'K'의 명맥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아차는 K7을 통해 스스로의 기준을 올려잡았다. 이제는 이를 이어가는 게 관건인 셈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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