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역사 인근에 있는 루디아기독교백화점의 천기홍 사장(62 · 왼쪽 두번째)은 1990년대 후반 명퇴한 뒤 서울 목동에서 종교서점을 5년간 운영하다 2001년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평소 신앙심이 두터워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단골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매출이 늘지 않고 재고만 쌓여가는 가운데 입주 빌딩의 재개발 소식이 전해져 점포를 이전해야 할지,리모델링을 통해 매장 분위기를 바꿔야 할지 고민하다 지난 8월 초 한국경제신문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컨설턴트들은 재개발 사업계획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돈을 들여 이전하기보다는 매장의 문제점을 보완하고,리모델링을 통해 점포 분위기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먼저 재고를 정리하도록 권고했다. 무조건 상품이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쇼핑에 장애가 되는 상품을 과감히 비우도록 했다. 또 별도 창고를 만들어 부피가 큰 용품은 따로 정리하고,판매가 부진한 서적도 과감히 처분하도록 제안했다.

아버지와 함께 매장을 운영하는 아들 태하씨(맨 왼쪽)가 적극적으로 컨설턴트들의 권고사항을 따랐다. 온라인 서점과 경쟁 점포의 출현으로 서적과 용품의 재고가 늘어나면서 매장이 어수선해지고 현금 흐름이 나빠져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세일 등을 통해 과감히 재고를 정리한 뒤 확보한 현금으로 거래처에 대해 우선적으로 결제를 해주자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고 매입 조건도 좋아졌다.

천 사장 부자는 매장 분위기도 편안하게 바꿨다. 고객 동선의 폭을 넓히고,품목마다 상품카드를 붙여 방문객들이 손쉽게 상품 위치를 찾도록 했다. 국부 조명을 살려 상품 코너별로 차별화를 시도했고,별도의 판매부스를 설치해 베스트셀러와 선물용 소품을 따로 진열했다. 역세권의 특성상 젊은층들이 많이 찾는데,이들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컸다.

도서검색 프로그램을 도입해 쇼핑 동선도 최대한 줄였다. 고객들에게 상품 선택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홈페이지도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 고객 반응을 지켜보면서 온라인 쇼핑몰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매출 부진으로 서먹서먹했던 부자간의 사이가 좋아진 것도 또 다른 성과다.

천 사장은 "컨설팅을 신청할 때만 해도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전문가 지적대로 실천한 결과 매출이 30%가량 늘어났다"며 "많은 자영업소들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점 내에 조그만 공간을 마련해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카페형 북스토어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