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최고의 조종사를 일컫는 올해의 탑건(Top Gun)에 11전투비행단 122전투비행대대 소속 이진욱 소령(40 · 공사41기 · 중령진급예정)이 선발됐다. 탑건은 1년간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성적우수자를 포함,모든 임무수행 분야를 종합해 가장 뛰어난 조종사로,'조종사 중의 조종사'이다.

탑건에 선발되려면 1년 동안의 비행훈련,비행경력,작전참가,사격능력,비행안전 기여도,전문지식 수준,체력 등 10가지 필수요소에서 최고득점을 받아야 한다. 이 소령은 1000점 만점 중 788.1점을 얻어 국방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 소령은 F-4,F-5,F-16은 물론 우리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F-15K 등 모든 전투기종을 섭렵한 베테랑 조종사다. 현재 조종하고 있는 F-15K 750시간을 포함해 총 2450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했다.

이 소령은 임관 이듬해인 1994년 고등비행교육 1등을 비롯해 참모총장 안전표창,공로표창,작전사령관 표창을 받는 등 화력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런 그도 8년 전에는 생사를 오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2001년 6월 F-16 전투기로 야간 비행훈련 중 이 소령이 조종하던 전투기가 경북 안동 상공에서 기체 결함으로 엔진이 멎어버린 것.그 긴박한 순간에도 그는 '민가를 피해 탈출하겠다'는 교신을 남긴 채 하회마을로 추락하던 기체의 기수를 인근 야산으로 돌린 뒤 기체가 산에 추락하기 직전 비상탈출했다.

이 소령은 "매일 새벽 비행안전을 기도하며 힘들 때마다 격려해 준 아내와 세 아이들이 있어 제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이번 탑건 선정도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조국 영공수호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공군의 모든 조종사들을 대표해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