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을 보면 주식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왔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11일 "구리가격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산업생산활동의 활성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잣대"라면서 "올 한 해 2배 가까이 치솟은 구리값이 아직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리는 전자부품은 물론 자동차부품 건축자재 선박 등 모든 산업재에 폭넓게 사용되는 기초소재여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활동 증가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여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 연구원은 "구리값이 2003년 미국 증시가 장기 상승 국면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반등하기 시작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1월부터 오름세를 타며 증시 반등을 2개월가량 선행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0년간 구리가격과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가 0.8에 달해 구리값이 오르면 국내 증시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상관계수가 1이면 똑같이 움직이고 -1이면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구리가격은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증시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산업생산 지표가 여전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신규 주택 착공 건수 등이 늘어나고 있어 구리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자재 가격엔 일부 투기적인 매수세가 끼어 있어 그 자체만으로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경기가 안정됐을 때 오름세를 보이는 국내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이익 증가와 경기 회복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