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전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사장(48)이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1일 최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현대종합상사 회장에 정몽혁 전 사장을 내정했다.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씨의 외아들이다. 경복고와 미국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뒤 현대석유화학 사장,현대정유 사장 등을 거쳐 지난달까지 현대자동차 계열 부품회사인 메티아(옛 아주금속)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명가(名家) 재건'에 나선 풍운아

정 회장 내정자의 기업인으로서의 삶은 굴곡이 많았다. 아버지인 고 정신영씨는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독일로 유학을 떠난 뒤,1962년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 정 회장은 당시 두 살이었고,동생 신영씨를 무척 아끼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애틋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정 명예회장은 1993년 30대 초반의 젊은 조카 몽혁씨를 현대정유 대표에 앉히며 일찍부터 경영훈련을 받게 했다. 정몽혁 회장은 현대정유 대표 시절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에 몰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건설자재 납품회사인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차려 재기를 모색했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2005년 자동차용 기초 주물을 만드는 현대차 계열의 메티아에서 다시 둥지를 틀었다. 사촌 형인 정몽구 회장이 같은 해 5월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빈소에서 "부품 계열사를 맡아 해보라"고 한 권유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시 힘 모은 범(汎) 현대가

정 회장은 메티아 대표를 맡으며 권토중래를 꿈꿔왔다. 범 현대 계열의 대기업 경영을 맡아 경륜을 발휘해보고 싶다는 뜻을 안팎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와중에 현대종합상사가 현대가(家)를 떠난 지 6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범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현대종합상사 본입찰 전에 정몽혁 회장이 사촌형인 정몽진 KCC그룹 회장과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을 찾아가 이 회사 인수 및 경영 의지를 밝히고,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정몽혁 회장을 비롯해 현대중공업,KCC,현대백화점은 범 현대가 컨소시엄을 구성,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하면서 소요 자금 2351억원도 '십시일반식'으로 함께 마련했다.

정 회장은 현대종합상사 인수가 마무리된 뒤 사촌형제들과 현대중공업 측에 "현대종합상사가 국내 업계 정상을 되찾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