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면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펀드를 통해 주로 이용하는 차익거래는 원래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세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하루 거래대금이 통상 1조원 정도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던 차익거래가 급감, 증시 전체의 수급 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0.3% 거래세 내면 차익거래 매력 없어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던 전날 프로그램 매매 중 선물과 연계되지 않은 비차익거래로만 1조1527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집계를 시작한 1997년 12월26일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날도 지난 9월18일로 1조625억원이 들어왔었다. 1조원이 넘게 유입된 경우는 올해 이틀밖에 없다.

이처럼 비차익거래를 통해 최근 주식시장에 뭉칫돈이 들어오는 것은 내년부터 공모 펀드에 거래세를 부과키로 한 정부의 방침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내년 거래세 부과에 앞서 주요 차익거래 투자자들이 차익거래를 점차 줄이는 대신 비차익거래를 통해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공모펀드에 세금이 부과될 경우 장중 수시로 차익거래를 하는 인덱스펀드와 주식형펀드들이 매도 금액의 0.3%에 해당하는 거래세 때문에 세금보다 낮은 수익을 좇아 차익거래를 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보통 장중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는 몇bp(1bp=0.01%)에 불과한데 거래하는 데 드는 세금 비용만 30bp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변칙적인 거래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부가 ETF 매매에 대한 과세를 2011년 말까지 유예하기로 함에 따라 ETF를 이용하면 현재의 차익거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예컨대 보유하고 있는 선물을 청산하고 현물(코스피200종목 안의 대형주)을 사들여 ETF로 설정한 다음 주식시장에서 매도하면 0.3%에 해당하는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ETF에 한 다리를 걸치면 내년에도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차익거래를 주로 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경우 주식을 사서 유동성이 좋은 ETF로 설정한 뒤 보유하는 전략을 쓴다"며 "ETF를 팔면 거래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데 이 중 차익거래 투자자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일종의 편법인데 ETF 거래세가 유예되면서 내년에도 가능해지게 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차익거래 사라질 수도

이에 따라 차익거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증시 전체의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를 포함한 모든 펀드들이 내년부터는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한 차익거래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운용사 인덱스펀드 매니저는 "시장 평균보다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 차익거래를 하고 있는 펀드가 많은데 내년부터는 아예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파생상품 거래세도 내야 한다면 차익거래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ETF를 이용한 거래는 프로그램 매매의 비차익거래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ETF 전체 유동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변칙적인 거래도 많지 않아 프로그램 매매 전체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전체 주식시장 거래 규모의 감소로 이어져 증권업계 전체의 수익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변칙적인 ETF거래가 일부 극소수 투자자에만 제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 운용사가 이 같은 ETF 설정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는 고객은 거래 규모가 큰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전했다.

김재후/강지연 기자 hu@hankyung.com